사진은 본 기사와 상관 없음/사진=뉴스1
비단 연예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없이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 이들이 있다. 소위 쪽방촌으로 불리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다.
지난 27일 오후 6시 종로구 돈의동 103번지에 위치한 쪽방촌을 찾았다. 6·25 때는 전쟁으로 집 잃은 이들이 모였고, 이후엔 대규모 집창촌이었다가 1970년대 철거·폐쇄 후 3.3㎡(한 평)짜리 쪽방 밀집지역으로 변화한 곳이다.
지난 27일 오후 6시 찾은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사진=이재은 기자
포토그래퍼 한모씨(28)는 "쪽방촌은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풍경 때문에 새로운 공간에 대한 탐구가 가능하다"며 "대학 입시 준비생이나 사진을 취미로 막 시작한 사람 등이 쪽방촌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거수일투족이 남에게 관심받는 일은 유쾌하지 않다. 이 때문에 주민과 갈등을 빚는 일도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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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을 찾은 대학생 B씨는 골목 입구서부터 한 할아버지의 고성을 받았다. 취미로 하는 SNS와 블로그에 사진을 올릴 겸 쪽방촌 입구의 벽화들부터 골목 곳곳을 사진 찍으며 돌아다녔다는 B씨는 "거기 살고 계신 노인들이 엄청 날카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왜 왔냐', '내가 사는 게 구경거리냐'며 소리를 지르고, 지팡이로 삿대질했다"며 "골목을 못들어가게 막기도 하더라"라고 전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쪽방촌으로 출사를 나간 뒤 찍어올린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속옷 등 빨래부터, 가재도구, 얼굴, 방 안 풍경을 그대로 담은 사진들까지 온라인 커뮤니티나 개인 SNS 등에 올라온다.
하지만 타인의 삶을 구경거리로 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관련 문제도 여러 번 발생했다. 지난 6월 서울 중구청은 대학생 10여명이 2박3일간 남대문 쪽방촌에서 숙식하는 체험행사를 기획했다가 "우리가 동물원 원숭이냐"며 반발하는 주민 반대에 부딪혀 취소했다. 2년전 인천 동구 괭이부리마을서도 쪽방촌 체험관 설립이 추진됐다가 '가난 상품화'라는 비판을 받고 무산됐다.
포토그래퍼 윤모씨(30)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주로 시각적인 면에만 집중해 윤리적인 부분을 자주 잊지만 이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