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아니라 질책"… 식약처장 거론한 이낙연 총리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08.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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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서 밝혀…공직자 ‘설명의 의무’ 강조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차관급 공직자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차관급 공직자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가 최근 “총리가 짜증을 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에둘러 질책했다. 이 총리는 “짜증이 아니라 질책”이라며 고위 공직자들이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24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16명의 차관급 인사에서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이번에 계란 파동도 관리 책임을 충분히 못했다는 것 못지 않게 설명의 의무를 적절히 못했다는 것이 더 많은 질책을 받고 있다”며 “이것은 짜증이 아니라 질책”이라고 했다.



당사자인 류 처장이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지 않아 면전에서 한 말은 아니었지만 말 속에는 뼈가 있었다.

이 총리는 “일반 국민은 국방, 근로, 교육, 납세 4대 의무가 있지만 공직자는 여기에 설명의 의무까지 5대 의무가 있다”며 “그것을 충실히 못하면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고 했다.



이 총리는 임명장 수여자들과 환담하는 과정에서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언급하면서 “여기 안 오신 어떤 분한테 미안한데…”라며 류 처장의 사례를 들었다.

이 총리는 “(류 처장이) 계란 잡숴도 괜찮습니다. 심지어는 하루에 2.6개씩 죽을 때까지 먹어도 괜찮습니다 그랬는데, 그러면 어떤 계란을 먹어도 괜찮다는 것인지 안전한 계란을 그렇게 먹어도 괜찮다고 하면 안전한 계란은 5개 먹어도 괜찮은가. 말이 안된다”며 식약처의 설명 방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물어봤더니 이번에 검출된 계란 중에서 가장 부적합한, 가장 불량한, 나쁜 계란을 그렇게 잡숴도 괜찮다. 위해가 없다. 이렇게 설명을 했다”며 “그렇다면 ‘그것보다 안전한 계란까지 왜 전량폐기를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그 다음부터 설명이 막힌 것”이라고 했다.
류영진 식약처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살충제 달걀'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류영진 식약처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살충제 달걀'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 총리는 “정성적 접근이 너무 압도하다 보니깐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괜찮은데 왜 전량 폐기를 하나, 입맛 떨어지게 하는 얘기를 하며 잡수라고 하는 게 안 맞다"고 꼬집었다.


이 총리는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이고,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반문할 것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야 한다”며 “그런 준비가 갖춰져야 기자들 앞에 나설 수 있는 것인데 덤벙덤벙 나섰다는 완전히 망한다”며 고위 공직자들이 제대로 설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 총리는 끝으로 "(공직자들의) 설명 역량의 부족을 아주 절감한다"며 "진실을 말하되 국민의 의심이나 불신을 한방에 최소화할 수 있는 강렬한 메시지를 쉬운 말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설명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공직자 해임을 건의할 수 있는 총리가 식약처장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 총리는 지난 2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결산안 종합정책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이 류 처장의 해임 건의를 촉구하자 “류 처장이 빨리 업무를 장악하고 완벽한 설명을 하기 바라고 있다”며 “사회 통념상 일정 시점까지 그것이 안 된다면 저도 (류 처장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답변했다.

류 처장은 오는 29일 임명장을 받기 위해 총리 공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총리가 차관급 인사에게 대통령 임명장을 대신 수여한 것은 지난 1993년 문민정부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 관가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내각을 통할하는 이 총리 역할을 더욱 중시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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