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케어'되면 실손보험 없어질까?"… 보험전문가 답변이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7.08.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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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 인터뷰]정성희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장, 통계학 박사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계와 산업계, 정계와 학계 등의 관심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장/사진=이기범 기자정성희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장/사진=이기범 기자


“실손보험은 건강보험 보장률이 80%를 넘지 않는 한 계속 존속될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건강보험 보장 강화정책’을 발표하며 현재 60%대인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치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비급여를 전부 급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소위 '文 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정책대로 건강보험 보장률이 2022년 70%까지 높아지면 실손보험 보장 영역이 축소된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이 없어지거나 보장 범위 축소로 실손보험료가 인하가 될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1999년부터 시작된 실손보험은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이 OECD국가 평균인 80%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의 보완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현재 실손보험은 전 국민의 65% 이상인 3500만명 정도가 가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연구원 정성희 사회안전망연구실장(46)은 "일본의 경우 건강보험 보장률이 80%를 넘어선 이후에야 실손보험 시장이 크게 축소됐다"며 "문 정부가 제시한 건강보험 보장률 70% 수준에서는 여전히 실손보험을 통한 본인부담 보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살펴봐도 공보험 보장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민영보험이 아예 사라지는 경우는 없다”며 '文 케어'로 인해 실손보험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논란을 일축했다. 물론 공보험이 의료비를 100% 보장하는 경우는 전 세계에 단 한 군데도 없다.

◇실손보험 '연령 준비금 제도' 도입 필요성

'文 케어'로 실손보험 보장 범위가 줄면 자연스럽게 실손보험료 인하가 가능하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매년 가입자 연령증가에 따른 3~4%의 인상분과 의료수가 8~9%의 증가분으로 의료량이 늘지 않더라도 매년 10% 이상 실손보험료 인상 요인이 잠재해 있다.


따라서 30~40대 가입해서 고령자가 된 경우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손보험료가 높아지고 게다가 70세가 넘어가면 인수 거절 등으로 가입조차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따라 대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 실장은 “실손보험료 인상을 대비해 독일에서 시행되는 ‘연령 준비금’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령 준비금 제도는 노후에 대비해 가입자가 젊고 소득이 있는 시기에 연령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보험료 인상분을 미리 적립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노후를 위한 은퇴자 보험과 노후 의료 저축계좌 등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추가적인 보완 방안도 제시했다.

◇실손보험료 인상은 비정상적인 비급여 때문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2009년부터 실손보험을 표준화하고 매년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제도 개선을 해오고 있지만 손해율은 줄어들지 않았다. 2015년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위험보험료 기준 122.1%, 영업보험료 기준 118.2%에 달했다.

정 실장은 “실손보험 손해율 증가와 그에 따른 보험료 인상은 비정상적인 비급여가 주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실손보험 지급보험금 중에서 비급여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8% 이상이며 급여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2% 미만이다.

비급여 수가는 의료기관 자율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병원간 비급여 수가 차이가 지나치게 크게 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도수 치료의 경우 건강보험에서 보장될 당시에는 1만원 안팎이었으나 비급여로 전환된 후 10만원까지 오르는 등 병원간 차이가 크게 나고 있다.

정 실장은 “과도한 비급여 수가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며 비급여 심사기구 설립 등 개선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을 합한 총 의료비 관리가 필요

정 실장은 "'文 케어'가 도입돼도 현재의 총 의료비 규모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해야한다"며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을 합한 총 의료비 관리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 수준으로 올리면 실손보험 보장범위는 축소되고 실손보험료 인하요인이 발생한다. 반면 건강보험은 보장 범위가 늘어나면 정부 자금 지원이나 건강보험료 인상 등으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정부는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10년 이상 장기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면서 "필요한 재원은 정부 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것보다 궁극적으로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해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건강 보장을 책임진다는 면에서 공보험과 민영보험 상호간 협력과 역할 관계 정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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