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한국 벤처업계의 미래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7.08.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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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클 때가 '상사에게 미래의 자신을 봤을 때'라는 얘기가 있다. 한 직장을 10여년 다닌 상사가 박봉에도 혹여 구조조정 대상이 될까 전전긍긍하며 위아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볼 때 고민이 깊어진다는 얘기다.

한국 벤처의 미래는 어떨까. 최근 쏟아지는 단순 숫자 증가 추이만 보면 올해 벤처업계는 2000년 '벤처붐'을 넘어설 분위기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IPO(기업공개) 공모액은 지난해 연간 공모액을 넘어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시장 IPO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22일 현재 2조2527억원. 이미 지난해 연간 공모액 2조917억원을 뛰어넘었다. 집계 이후 최대치인 2000년 2조5068억원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다.

벤처캐피탈업계도 들썩이고 있다. 신규 벤처펀드 조성은 지난해 처음 3조원대에 진입했고 신규 결성 벤처투자조합은 120개에 달한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최근 모태펀드 3차 정시 출자사업 접수 결과 120개 조합운용사가 3조1349억원 규모의 출자를 신청했다. 이는 정부가 올해 출자하기로 한 모태펀드 8300억원의 4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심사역 채용도 잇따르고 있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추경예산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역대 최대규모의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다. 벤처캐피탈업체들 역시 경력직을 중심으로 심사역 채용에 한창이다.

벤처업계의 숙원이던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으로 독립 입법권과 행정 조정권을 가지게 됐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CEO(최고경영자)의 어려움으로 꼽히던 연대보증제도 폐지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모든 게 창업하기 딱 좋은 분위기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창업의 폭도 넓어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기술 융복합이 대세다. 혼자 하는 창업보다 여러 명의 공동창업이 유리할 수 있다. 실제 최근 만난 유망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면서 초창기 멤버들과 함께 성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리고 창업 전 그들에게 영향을 미친 건 앞서 창업멤버들과 함께 대박을 터뜨린 선배 벤처기업가의 성공스토리였다.


이제 벤처업계가 그동안 주장한 선순환 생태계를 직접 만들어갈 때다. 고부가가치의 기술혁신형 창업이 쏟아지도록 선배 기업가들이 길을 잘 터줘야 한다. 한국 벤처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2017년을 선배 벤처기업가들이 어떻게 만들어놓느냐에 따라 청년들의 창업 도전이 이어질지, 공무원시험에 더 매달릴지 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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