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취지 비춰 폐지 불가"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7.08.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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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사망한 근로자 두고 외국인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 제한' 찬반 논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 단체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지난 14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 단체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발생한 외국인근로자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고용허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의 도입 취지와 현황을 고려할 때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허가제는 2004년 8월부터 산업연수생제를 대신한 제도다. 베트남 등 16개 국가에서 온 비전문 외국인력에게 E-9 비자를 발급하고, 1회 최대 4년10개월간 체류할 자격을 부여한다.



21일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국내 외국인 취업비자는 총 57만9332건으로 이 중 비전문인력이 50만5800건으로 대다수다. 고용허가제에 따른 E-9 비자는 26만9168건, 재외동포에게 주어지는 H-2 비자는 23만6632건이다. E-9 비자를 지닌 외국인근로자들은 주로 제조업(21만7000여명), 농축산업(2만9000여명), 어업(1만1000여명) 등에 종사한다.

고용부는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해당국에서 한국으로 보낼 때 불거지는 송출 비리, 국내에서의 불법체류율 감소 등의 성과가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우선 외국인근로자가 한국으로 들어올 때 소요되는 비용인 송출비는 산업연수생제가 시행되던 2001년 근로자 1인당 3509달러(약 400만원)에서 고용허가제 이후인 2015년 942달러(약 100만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불법체류율은 2003년 80.0%에서 지난해 13.9%까지 낮아졌다.



고용부는 고용허가제에 따라 내·외국인에게 동등한 노동관계법을 적용하고 외국인력지원센터를 통한 체류지원을 실시해 외국인근로자 권익 보호도 강화했다고 본다. 2004년 1개소에 불과했던 외국인력지원센터는 올해 42개소, 콜센터 1개소 등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 7일 충북 충주에서 네팔 근로자가 사망한 이후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사업장 변경 제한’을 포함한 고용허가제 폐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사업주와 사용자단체 등은 인력난 등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보다 엄격한 이동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부는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이 원천적으로 막힌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업장 변경 허용 사유는 △근로계약 만료 △근로계약 해지 △휴업 △폐업 △고용허가 취소 △고용 제한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사용자의 부당한 처우(최저임금 위반, 체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근로조건 저하) 등이다.


고용부는 이 같은 사유에 따라 최초 3년간 3회, 이후 1년 10개월간 2회에 걸쳐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고, 휴·폐업의 경우 횟수 제한 없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업장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성실근로자로 분류돼 재입국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체류 최대기간인 9년 8개월 동안 국내에서 일한 외국인근로자들에 대해 산업인력공단은 20일 귀국환송행사를 열기도 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2011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근로자가 청구한 고용허가제 위헌법률심판에서 합헌 판결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사업장 변경제한은 무분별한 이동을 제한해 내국인 고용기회를 보호하고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효율적 고용관리로 중소기업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들은 주로 단순노무 직종에 종사하므로 이러한 고용시장에서는 주로 우리 국민 중 경제적 취약계층과 경쟁하므로 제한 완화는 내국인의 고용기회 뿐만 아니라 근로조건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사업장 변경을 전면 금지하는 게 아니라 일정한 범위 내에서 가능케 하고 있기에 청구인들의 직장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5만6383명의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했다. 전체 E-9 근로자 중 25.4% 수준이다. 사업장 변경 비유은 2014년(26.2%), 2015년(26.6%)에도 유사한 수준이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사망한 네팔인 근로자는 불면증 등을 앓고 있어 사업주가 국내에서 병원 치료를 지원하는 등 노력한 부분도 있다”며 “네팔에 돌아가 치료를 받는 동안 생길 인력공백을 우려해 귀국을 만류하는 도중 생긴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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