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발행할 가상통화, 비트코인 같은 투자용 아닙니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7.08.18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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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변동성 없어 '비트코인과 달라"…"멤버십서비스 대안될 것"

우리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화폐의 연내 출시 계획을 알리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은행 중에서는 첫 시도인 데다 현재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힌 금융회사 멤버십 서비스를 한 단계 진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발행할 가상통화, 비트코인 같은 투자용 아닙니다


지난 16일 우리은행은 블록체인기술 업체인 데일리인텔리전스·더루프와 '블록체인 및 디지털화폐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연말까지 블록체인 기술 검증과 디지털 화폐 시범 발행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은 디지털화폐로 거래할 때 해킹을 막기 위한 기술로 대표적인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이더리움에 적용돼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내놓을 디지털화폐는 성격이 다르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디지털화폐 거래를 위해 고안된 '퍼블릭 블록체인'과 참여자를 한정해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나뉘는데, 우리은행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과 달리 은행과 제휴처가 손잡고 발행한 액면 가격을 그대로 쓰도록 한다. 멤버십 포인트였던 '위비꿀머니'를 새로 출시할 디지털화폐에 활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출시 초기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존의 멤버십 포인트 활용과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 적용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기존 멤버십 포인트의 한계를 뛰어넘는 확장성이다. 현재 주요 금융회사들은 저마다 멤버십 포인트를 출시한 뒤 그룹 계열사간 포인트를 통합하고 제휴사를 늘리면서 마케팅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의 이 같은 멤버십 포인트들의 활용도는 극히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2015년 한 해 동안 소멸된 신용카드 포인트만 1330억 규모로 추산된다.

반면 우리은행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멤버십포인트는 제휴처를 확대할 때마다 관련 전용선을 설치해야 해 비용이 발생하는데, 제휴 대상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뻗어나간다면 비용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며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면 인터넷망을 이용해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휴 대상이 늘면 새로운 디지털화폐의 활용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물론, 절감한 전용선 비용을 고객 혜택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연내 디지털화폐의 기술검증(PoC)을 거친 뒤 내년에는 우리은행 주거래 대학을 첫 번째 타깃으로 디지털화폐를 시험 상용화할 계획이다. 가령 대학이 장학금 100만원을 지급한다면, 학교가 우리은행에 100만원을 지급하고 우리은행이 디지털화폐로 학생에게 100만원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학생들은 이 장학금을 우리은행이 미리 제휴한 사용처에만 사용할 수 있다. 제휴 사용처는 장학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곳으로 미리 한정해 둘 수도 있다.

대학을 첫 타깃으로 삼은 것은 우리은행이 타행 대비 주요 대학들과 많은 거래관계인 점은 물론 젊은 층이 디지털화폐 사용과 관련 혜택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발행 추진은 현재 난립한 멤버십서비스의 한계를 극복, 실물화폐의 보완재까지 활용 가능성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는 인터넷만 가능하면 어느 곳에서든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향후 은행의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도 요긴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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