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트럼프발 금융규제 완화 "韓 은행주 36% 상승여력"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2017.08.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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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개정 없이 합의로 수정가능한 볼커룰 완화 가능성↑…"조정시 은행주 비중 확대"

[내일의전략]트럼프발 금융규제 완화 "韓 은행주 36% 상승여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융규제 완화 논의가 확산되면서 한국 은행주에도 훈풍이 불 전망이다. 은행의 자기자본 투자를 제한했던 '볼커룰'(Volcker rule)을 시작으로 금융규제가 완화되면 국내 은행주 주가가 36%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당선 이후 지난 1월20일 취임일까지 미국 은행주는 뚜렷한 랠리를 보였다. 두 달이 좀 넘는 기간에 미국 S&P(스탠더드푸어스)500 은행주는 21.4%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상승률을 14.8%포인트(p) 뛰어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공약했던 대규모 금융규제 완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약속했던 각종 법안의 진행은 지지부진하다.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2010년 시행된 금융규제강화법인 '도드-프랭크법'을 희석시키기 위한 '금융선택법'이 6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통과는 정족수 미달로 어려렵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당분간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정책 시행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게 의회 의결 없이 감독기관 합의로 수정 가능한 볼커룰이다. 볼커룰 핵심은 고유계정 거래금지 등 위험자산 투자를 제한한 것이다. 트럼프가 최근 감독기관 고위직에 시장 친화적 인사들을 지명하면서 인준 시 금융규제 완화를 빠르게 추진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도 구체적인 추진 의사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27일 하원에 출석해 볼커룰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음날(28일) 금융안정성감독위원회(FSOC)가 비공개 회의에서 볼커룰 수정 필요성에 합의했고, 지난 2일 통화감독청(OCC)이 볼커룰 수정에 관한 의견 수렴 절차를 개시하면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의견 수렴은 45일 동안 진행되며 9월 중 완료된다.

글로벌 IB(투자은행) 업계에선 금융규제 완화 시 미국 은행주 이익이 약 15~30%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는데, 볼커룰 완화로 '고유계정 거래 증가→미국 은행주 이익 향상→은행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금융주 랠리에도 불구하고 금융부문 밸류에이션 매력도 여전하다. 미국 금융섹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S&P500 대비 45% 수준이다. 그만큼 시장 평균에 비해 금융 섹터가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신한금융투자는 금융섹터의 상대 PBR(지수에서 차지하는 섹터 PBR의 비중)이 금융위기 이후 고점 수준을 회복한다면 미국 금융주가 33.5% 상승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수혜는 한국 금융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한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금융주 상대 PBR과 한국 금융주 상대 PBR 간 상관계수는 0.84로 상당히 높다. 미국 금융주 상대 PBR이 볼커룰 완화에 따라 15.1%p 개선될 경우 한국 금융주 상대 PBR은 24.2%p 개선 가능하다. 이같이 밸류에이션이 과거 수준으로 회귀할 경우 한국 금융주 상승 여력은 36.2%로 나타났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펀더멘탈 측면에서는 좀더 분석이 필요하지만 주가 자체로 보면 미국 금융주가 오르면 우리나라 금융주도 오르는 경향이 뚜렷하고, 외국인이 미국 금융주 랠리 시점부터 한국 금융주를 매수하기 시작한 점을 봤을 때 볼커룰 완화 시 한국 금융주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지난해 11월8일)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의 금융업종 누적 순매수 대금은 4조5600억원에 이른다.

그는 "미국 통화감독청의 의견 수렴 절차가 완료되는 9월 중순 이후 볼커룰 수정 논의가 확산될 전망"이라며 "조정 국면에서 은행주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볼커룰 수정 관련 기관인 Fed(미국 연방준비제도) 금융규제담당 부의장, 통화감독청장, 증권거래위원회 위원 지명자의 상원 인준 절차도 9월 이후 진행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향후 자산축소 계획도 은행주에 호재다. 노 연구원은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에 대차대조표 규모를 축소(자산축소)하면 장기 금리 인상 효과가 기대되는데, 장기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은행주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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