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양적완화 또 적법성 논란…'테이퍼링' 빨라지나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08.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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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헌재 "EU법 위반" ECJ 결정 두고 보기로…ECB, 논란 피해 테이퍼링 속도낼 수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AFPBBNews=뉴스1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AFPBBNews=뉴스1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또다시 적법성 논란에 휘말렸다. 일각에선 ECB기 논란을 피해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헌법재판소는 전날 ECB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유럽연합(EU)법에 반한다는 판단 아래 사건을 역내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 헌재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ECB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회원국 정부로부터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을 금지한 EU법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U법인 리스본조약 123조는 ECB가 회원국 정부나 중앙은행으로부터 직접 국채를 사는 걸 금지하고 있다. ECB의 통화정책이 개별 국가에 대한 재정 지원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독일 헌재의 주장이 관철되면 당장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가 ECB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에서 발을 빼게 된다. 분데스방크는 ECB의 양적완화 프로그램 일환으로 매달 100억 유로(약 13조4000억 원) 규모의 국채를 매입한다.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역내 중앙은행 가운데 최대 규모로 전체 프로그램의 6분의 1에 달한다. 분데스방크가 빠지면 ECB의 양적완화 효과가 크게 약해지는 셈이다.



독일 헌재는 ECJ의 결정이 날 때까지 심리를 유보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ECJ의 판결이 나는 데 보통 1년 이상 걸린다는 점이다.

FT는 결국 ECB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야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그래도 ECB는 곧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에 착수할 태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ECB가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되 기간은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독일 로펌인 헹겔러뮐러의 헨드릭 하그 파트너 변호사는 "이번 분쟁이 ECB를 압박해 테이퍼링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CB가 법적 논란을 피해 테이퍼링에 속도를 내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조기에 마무리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그 변호사는 "ECB는 정부로부터 직접 국채를 살 수 없지만 양적완화 프로그램 아래 분명히 신규 물량을 사기 위해 필사적"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ECB가 국채를 신규 발행시장에서 사는지, 2차 유통시장에서 사는지 명확히 구분하는 건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ECB는 2015년에 초부터 시행한 양적완화로 2조 유로어치 이상의 채권을 사들였다. 이 중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채가 1조6600억 유로어치로 대부분이다. ECB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 매월 600억 유로 규모의 양적완화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ECB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유로존 국채 금리가 덩달아 추락해 매입 조건에 맞는 국채 물량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 됐다. ECB가 물량을 메우기 위해 각국 정부로부터 신규 발행 물량을 직접 사들인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7월 "유로존의 붕괴를 막기 위해 뭐든 하겠다"며 '전면적 통화거래'(OMT)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무제한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라고도 하는 OMT는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사들여 자금조달 숨통을 열어주겠다는 취지로 같은 해 9월 발표한 카드다.

독일 헌재는 원래 OMT에도 지금과 같은 이유로 반대했다. 다만 ECJ가 ECB의 손을 들어주자 몇 가지 조건을 들어 ECB의 국채 매입 적법성을 인정했다.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도 ECB의 양적완화를 비판하면서도 국채 매입이 ECB의 권한 내에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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