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맞댄 김동연·이주열…"경제상황 엄중" 한목소리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17.08.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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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비공개 오찬 회동, 北 리스크‧가계부채 대응책 숙의

김동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을 예방, 이주열 한은 총재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김동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을 예방, 이주열 한은 총재의 안내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내 재정·통화정책 양대 수장이 두 달 만에 다시 만나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두 인사는 최근 대내외 경제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 하에 정책 공조 의지를 다졌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오찬 회동을 진행했다. 이날 회동은 지난 14일 김 부총리 요청으로 급히 성사됐다.



김 부총리는 취임 나흘 만인 6월 14일 직접 한은을 찾아 이 총재를 만났다. 두 번째 회동은 상견례 성격이었던 지난번과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최근 북미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인데다 부동산 투기 심화, 가계부채 증가 등 주요 현안도 얽혀 있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충제 계란’ 사태로 먹거리 불안감도 커졌다.



두 인사는 본격 회동에 앞서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최근 경제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김 부총리는 “최근 대내외 리스크, 특히 북한 관련 변수로 시장 변동성이 다소 커졌다가 최근 안정되는 모습”이라며 “시장을 아주 면밀히 보면서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면 한은 협조를 통해 단호하게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또 문재정 정부 100대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178조원의 재원마련이 가능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세입 측면에서 올해 초과 세수가 15조원 더 걷힐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른 베이스업 효과로 임기 중 60조원의 추가 재원 마련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문제는 세출 구조조정인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기초연금 확대, 아동수당 신설 등도 재정여력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북핵 진행 상황에 따라 시장 불안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와 함께 국내외 금융시장 면밀히 지켜보면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경제기초 여건이 양호한 점을 감안하면 아직 과도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북한 리스크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 및 시장안정화 조치 △가계부채 동향과 대응 방안 △8‧2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 등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은은 기준금리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8·2 부동산 대책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정부가 연내 금리인상을 우회적으로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 저금리 정책 부작용을 비판하면서 통화정책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은의 독립적 판단을 존중한다는 김 부총리 소신과 다른 행보다.

특히 한은이 6월 이후 시장에 지속적으로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내고 있어 이 총재가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전임 부총리들은 연간 1~2회 한은 총재와 만났다. 이를 고려하면 김 부총리가 첫 번째 회동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만남을 제안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다만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이 나왔기 때문에 국정운영방향에 대해 논의할 필요성이 생겼고 가계부채, 북한 이슈 등 현안이 발생한 점도 고려했다”며 “지난 회동에서도 자주 만나기로 이야기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이날 회동도 6월처럼 별도 배석자 없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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