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 갈등 韓에 불똥튈까…환율조작국 지정 여부 촉각

트럼프 행정부, 지난 4월 '대북 제제 동참' 전제 중국 환율조작국 유보…대북 제재 놓고 미중 갈등 심화돼

미국이 중국에 대한 대북 압박 차원에서 무역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불똥이 한국에 튈지 주목된다. 지난 4월 대북 압박 동참을 조건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 리스트에 올리는 것을 유보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중국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들에 대해 환율조작국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오는10월 하반기 환율보고서를 발간해 의회에 제출한다. 환율보고서에는 환율 조작이 의심되는 주요 교역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또는 ‘심층분석 대상국’ 지정 여부가 포함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환율보고서가 처음 나온 지난 4월에는 한국과 중국, 대만 등이 환율조작국 등에 포함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공연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혀 왔기 때문이다. 중국이 환율조작국 등으로 지정되면 대미 무역에서 보는 흑자 규모가 큰 한국과 대만 등도 함께 환율조작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과 달리 미국은 4월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이나 심층분석대상국에 넣지 않았다. 미국이 대북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받아내야 하는 현실도 배경 중 하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에서 중국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후 대북 제재에 중국이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미국 정부가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다시 환율보고서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고조됐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관세청 집계 기준으로 180억7284만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올린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


객관적인 수치만 보자면 한국이나 중국은 심층분석대상국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미국 교역촉진법에 따르면 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하려면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흑자 △국내총생산(GDP) 3% 웃도는 경상흑자 △8개월 이상 달러 매수 개입 등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난 4월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과 중국은 세 요건 중 달러 매수 개입 등 일부를 충족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다. 교역촉진법과 달리 종합무역법에는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흑자가 과도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구체적인 요건은 명시하지 않아 정치적인 사정이 개입된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북핵 문제와 별도로 이같은 불확실성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는 그 때 그 때의 정치적인 상황, 특히 미·중 관계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11대 경제 대국으로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