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업계, "中에 친환경 규제 연기해달라"…현대차, 사면초가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7.08.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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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MA, 미국·유럽·일본협회와 공동 의견서 제출...현대차, 자체 보조금 지원하며 대비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친환경 규제까지 예상되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중국 정부에 규제 연기와 국내 배터리 차별 해소 등의 내용을 담은 항의 서한까지 보냈다.

1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KAMA는 미국자동차산업정책위원회(AAPC),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일본자동차산업협회(JAMA)와 함께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기업평균연비와 NEV(친환경차) 크레딧 제도'(이하 크레딧 제도)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가입된 4곳의 단체에서 개별 사안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중국에서 시행될 ‘크레딧 제도’의 파급력이 크다는 의미다.

車 업계, "中에 친환경 규제 연기해달라"…현대차, 사면초가


크레딧 제도가 시행되면 완성차 업체들은 차종별로 설정된 목표 연비를 맞춰야 하고, 2018~2020년 친환경차 생산 비중을 각각 8%, 10%, 12%까지 늘려야 한다. 목표 연비를 충족하거나 친환경차를 판매하면 크레딧을 쌓는 방식인데,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다른 회사에게 구매하거나 벌금을 내야 한다.



현대차 (251,000원 ▼500 -0.20%)가 현 상황에서 '크레딧 제도'를 충족시키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 판매 추세대로라면 내년 4만8000대의 친환경차를 팔아야 하는데, 현대차가 현재 판매 중인 친환경차는 지난 7일 출시한 ‘엘란트라 EV(전기차)’가 유일하다. 그나마 올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예상 할당량이 줄었다.

이에 KAMA 등은 항의 서한에서 "대부분의 자동차기업이 시행일에 맞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며 "최소한 제도 시행을 1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크레딧 제도의 유연성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외국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와 중국 업체를 동등하게 대해 줄 것을 요구했다. 중국은 수입 친환경차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해외 배터리 제조사 제품을 사용한 친환경차를 보조금에서 제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단체들은 "중국 기업을 외국 기업보다 우대하는 것은 이번 규제의 목표를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중국을 국제 무역 분쟁에 빠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모습은 미온적이다. 최근 중국 정부 관계자는 "‘크레딧 제도’를 곧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며 "4개 단체가 제기한 의견에 대해서는 더 연구해 볼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KAMA 관계자는 "의견서에 대한 별도 회신은 없었고,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우선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달 초 ‘엘란트라 EV’를 출시하면서 환경보호금 명목으로 2만3000위안(약 40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정부보조금(6만6000위안)을 더하면 1890만원(11만800위안)에 구입 가능하다.

또 내년 초와 하반기 각각 ‘쏘나타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링동 PHEV’를 출시할 계획이다. 2020년 총 6종의 친환경차를 중국 전역에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표면상으로는 환경보호가 목적이지만 향후 친환경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중국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토종 브랜드의 전기차 기술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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