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알뜰폰 지원 중장기 대책이 먼저다

머니투데이 윤석구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 2017.08.16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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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윤석구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


지난 6월 정부는 연간 최대 4조6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누적 적자 2700억원의 알뜰폰(MVNO) 업계 지원방안도 포함되어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5년간 약 3조원의 국민 통신비 절감을 이끌어낸 알뜰폰이 앞으로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지, 통신료 인하에 더욱 속도를 낼 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통신비 절감 대책을 계기로 국민들의 체감 통신료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그간 2G(세대), 3G 이동통신 시장에서 나타난 알뜰폰 효과가 LTE(롱텀에볼루션) 시장으로 확대되고 이를 바탕으로 저소득층 저가 이용자들도 부담 없이 LTE 서비스를 쓸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알뜰폰 업계의 목소리가 의미 있는 방향으로 모아지길 바란다. 그런 점에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알뜰폰 업계를 위한 중장기적 로드맵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번 통신비 절감 대책에 전파사용료 감면, 도매대가 인하 등 다양한 방안이 포함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지원책들이 매년 단기적 정책과제로 되풀이 돼왔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실제로 알뜰폰 사업자들은 해마다 도매 대가 요율, 전파사용료 감면 여부 등을 예측할 수 없어 기본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 조차 어려움을 겪어왔다. 정부가 출범시킨 알뜰폰이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뜰폰 업계가 15% 이상의 최소 시장점유율 확보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관점의 비대칭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정부가 통신시장 이해관계를 조율할 때 알뜰폰 업계에도 참여권을 부여해야 한다. 현재는 망 도매대가 협의, 규제 대책 마련 등과 같은 알뜰폰에 직간접적 안건들도 의무제공사업자(MNO)와의 협의로만 진행된다. 알뜰폰 업계의 입장이 정책에 균형감 있게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위해선 알뜰폰의 법률적 지위 확보가 시급하다.



현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알뜰폰은 '별정 2호 또는 4호 사업자'로 통칭된다. 여기에는 인터넷전화나 국제전화, 구내통신 사업자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알뜰폰 지원대책을 적용 시키기 힘든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알뜰폰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번번이 법적 지위 한계에 부딪힌다. 정부는 지원을 하고 싶어도 알뜰폰을 위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어렵다. 알뜰폰이 독자적인 법적 지위를 가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가 알뜰폰과 서로 정책적 충돌을 일으키지 않도록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기치 아래 진행되는 두 정책이 서로 각각의 효과를 잠식시키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5년간 펼쳐 온 알뜰폰 정책이 보편요금제에 의해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도매대가 특례 적용 및 사전 시행을 중심으로 하는 알뜰폰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밀도 있게 추진해야 한다. 두 정책의 시너지가 전 국민의 80%가 사용하는 LTE 시장에서 확산되면, 통신료 절감 효과가 배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알뜰폰 가입자 수 700만 명 시대. 이제 알뜰폰에도 '청사진'이 필요하다.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단기적으로 추진되는 정책과제에서 벗어나, 알뜰폰이 시장 내 유효경쟁자로 자립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의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선수들은 모였고 전략도 나왔다. 정부가 통신료 절감대책의 실행을 위한 운동장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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