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윤혜진 기자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전 광주지방경찰청장)은 지난해 촛불집회 정국에서 광주지방경찰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라고 표현한 글을 이철성 경찰청장이 삭제 지시를 했다고 폭로했다. 그 일로 인해 자신이 보복성 인사를 당하고 표적 감찰까지 받게 됐다는 게 강 학교장의 주장이다.
지난 9일에는 박진우 경찰청 차장이 강 학교장을 본청으로 불러 면담을 통해 사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박 차장은 수뇌부 간의 갈등으로 비치는 현 상황과 관련해 국민과 직원들에게 더 이상 우려를 주지 않도록 자중할 것을 당부했다.
과거에도 경찰 고위 간부 간의 갈등이 없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채수창 당시 서울강북경찰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주의가 실적 경쟁으로 변질됐다며 조현오 당시 서울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부하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욕설을 퍼부었던 권기선 당시 부산지방경찰청장이 간부회의에서 한 총경으로부터 공식 사과를 요구받기도 했다.
경찰 일각에선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현재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개청 이래 최대 숙원 해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 일환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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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또다시 발생한 경찰 내부 분열은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간부는 "두 분 모두 지금이 얼마나 중차대한 시기인지 잘 아실텐데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런 모습을 누가 가장 반기겠나, 그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건 아닌지 두렵다"고 했다.
한 일선 경찰서 경찰관은 "수사권 조정을 앞둔 상황인데 뜬금없이 위에서 저러고 있으니 많이 아쉽다. 국민 여론도 경찰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고 그야말로 자중지란"이라며 "어디까지가 의혹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우리도 궁금하다. 지금처럼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보다 얼른 밝혀지는 게 맞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관은 "두 분이 해결하셔야 하는데 너무 언론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 같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걱정된다"고도 했다.
이번 갈등은 결국 인사에서 시작된 갈등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강 학교장은 지난해 11월 경기남부경찰청 1차장으로 전보됐고 올해 1월에는 중앙경찰학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치안감이 가는 자리지만 좌천성 인사라는 의견이 많다. 강 학교장은 지난달 말 단행된 인사에서 치안정감에 오르지도 못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에게는 인사가 생명줄과 같다. 검찰은 옷 벗고 나가면 변호사를 할 수 있지만 경찰은 나가면 끝"이라며 "복합적인 부분이 있겠지만 인사나 감찰이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SNS 삭제 지시) 당시 반박하지 않았다가 지금 하니 진정성이 없어 보이고 시류에 편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직책과 계급에 연연하는 상황에서 개인적 불만을 조직으로 확대시킨 것 같다. 경찰에게는 중요한 시기인데 의연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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