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에도 덤덤한 자산가들…"똑똑한 건물만 남기고 현금화"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7.08.10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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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부동산 처분하고 알짜만 보유…대책 여파보다 세무조사·제도변화에 관심"

한 시중은행의 스타PB센터 @머니투데이 DB.한 시중은행의 스타PB센터 @머니투데이 DB.


#수도권과 지방에 아파트·빌라 등 주택과 상가 10여채를 보유한 자산가 A씨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이 나오기 전인 연초부터 보유자산 정리에 나섰다.

시세가 목표한 수준까지 오른 물건을 되팔아 현금화한 것이다. 매달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들어오는 목 좋은 상가나 장기 투자용 재건축 아파트는 현금화 대상에서 제외했다.
 
A씨는 “부동산 투자물건을 정기적으로 보러 다니는 모임이 있는데 지난해 말부터는 시장이 심상치 않다 싶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보다 현금을 쥐고 있자는 분위기”라며 “이제는 똑똑한 물건 위주로 선별해 보유할 때”라고 말했다.
 
정부가 주택시장 과열에 ‘8·2 부동산대책’으로 맞서면서 자산가들은 일찌감치 ‘몸집 줄이기’에 나섰거나 핵심자산을 장기간 보유하는 쪽을 택한 분위기다.
 
9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고강도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이 보유자산 처분을 놓고 고민에 빠진 가운데 상당수 자산가는 부동산 추가투자를 중단하고 알짜자산만 남기고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의 여파나 금리인상 등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시장이 하강기에 접어들면 투자에 나서기 위해 ‘총알’을 미리 확보한다는 차원이다. 주택 2~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가 정부 대책에 우왕좌왕하며 매물 처분과 임대사업자 등록 등을 저울질하며 고민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는 것.
 
강남의 한 부동산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부동산 수십 채를 가진 자산가 중에는 부동산 침체기에 저렴하게 매물을 사들여 호황기에 되파는 방식으로 자산을 불린 이가 많다”며 “시장이 과열이다 싶으면 멀리 보고 차익실현을 하고 현금을 들고 투자기회를 엿보는 전략”이라고 귀띔했다.
 
강남 재건축 등 입지가 좋고 장기적인 상승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은 ‘장기보유’를 택한 자산가가 많다는 설명이다. 대출이 거의 없고 자녀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들의 경우 사업 추진이 장기간 지연된다고 해서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는 것.
 
자산가들은 오히려 국세청을 통한 자금출처 조사와 증여세 등 세무조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대출규제나 금리인상 우려가 아닌 당국의 세무조사 경고가 부동산 추가 취득을 망설이게 하는 심리적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또 당장 나온 대책의 영향보다 임대소득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도입과 보유세 인상 등의 제도 변화에 관심이 많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주택 2~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들과 달리 규모가 좀 있는 자산가들은 정작 이번 대책 이후 문의도 별로 없고 잠자코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 센터장은 “조급하게 시장 반응을 판단해 움직이기보다 내년 4월까지 관망할 것”이라며 “오히려 자금출처 조사에 따른 심리적 부담과 제도 변화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대응전략을 고심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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