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퇴사를 '학교'에서 배운다. 낯설지만 현실이다. 최근 20~30대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퇴사 고민이 늘자 이들을 타깃으로 한 교육시설까지 등장했다. 이곳에선 퇴사 문제 인식과 결정 시기, 퇴사 후 현실, 회사 다닐 동기, 회사 다니면서 창업, 부업 성공 등에 대해 조언하며 퇴사 관련 전반적인 교육이 이뤄진다.
퇴사학교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강의실. /사진=이재은 기자
이들은 그동안 남 앞에서 쉽게 드러내지 못했던 퇴사 의사, 퇴사 후 계획 등을 거침없이 밝혔다. 수강생들이 진솔한 얘기를 쏟아내는 한편 서로를 응원하는 눈빛도 오갔다.
30대 직장인 수강생은 "주변에서도 퇴사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서 같다"며 "퇴사학교 등에 대해 검색하고 알아보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어 "직장 내에서 퇴사라는 얘기를 꺼내면 바로 배신자·낙오자라는 꼬리표가 붙지만 이곳(퇴사학교)에선 진솔하게 대화할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퇴사 전·후와 관련해 다양한 얘기가 나왔다. 이날 강사의 첫 질문은 "왜 퇴사하고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냐"였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위해 남편과 함께 퇴사한 A씨(31)는 "다른 나라의 삶·가치관 등을 배우고 싶다"라고 답했다.
추석 상여금 수령 후 퇴사할 예정인 30대 직장인 B씨는 "아등바등 사는 삶에 지쳐 인생에 전환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강사는 때론 퇴사가 합리적 판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퇴사를 결정했다면 퇴사·세계여행 이후 돈을 벌 수 있는 필살기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며 "전문 자격증·과외 가능한 전공 등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 말에 대부분의 수강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퇴사학교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다수의 수강생은 수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C씨(28)는 "그동안 '여행블로거로 성공하고 싶다' 등 막연하게 생각했던 퇴사 후 삶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수업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한 수강생은 "성공을 기준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많다. 결국 쫓아가는 삶을 선택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A씨는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해 현실적 조언이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