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퇴근 후 퇴사학교 간다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2017.08.1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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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퇴사는 옛말, 30대 사이에서 퇴사 화두"…관련 교육프로그램·서적도 늘어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우리 사회에서 '퇴사'는 부정적 의미가 커요. 하지만 새로운 출발선에 설 기회라는 의미도 있죠. 저는 퇴사 전까지 철저히 마음을 숨긴 채 차근차근 준비했어요."(퇴사 1년차 김모씨·34)

50대 퇴사는 옛말이다. 최근 30대 등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퇴사'가 새로운 문화로 등장했다. 자기계발서 대신 퇴사 관련 서적을 든 젊은 사람도 눈에 띈다. 이들의 퇴사는 100세 시대에 새로운 전환점을 미리 준비하자는 차원으로 은퇴와는 다른 의미다.



전문가들은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정년이 무의미해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직장 내 권위적인 문화와 비합리적인 요소에 대한 저항 심리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다수의 직장인이 슬럼프를 경험하면서 퇴사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9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생활 슬럼프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겪는 슬럼프 유형(복수응답)으로 '퇴사 충동'(72.1%)이 꼽혔다. 이어 △무기력함 69.1% △극심한 스트레스 56.6% △집중력 저하 53.3% △심한 피로감 51.3% 등의 순이었다.



슬럼프 이유로 52.7%가 '반복되는 업무에 대한 지루함'을 꼽았고 △불투명한 회사 비전 50.5% △연봉·승진 등 대우에 대한 실망 47.3% △직장생활에 대한 염증 44.7% △과도한 업무량과 야근으로 지침 44.4% △커리어 관리에 대한 불만족 26.6% △동료들과의 갈등 17.3% 등이 뒤를 이었다.

나는 퇴근 후 퇴사학교 간다
이 같은 상황에서 '퇴사' 관련 콘텐츠는 증가하고 있다. 퇴사 전·후 체계적 준비를 위해 다양한 강의와 교육을 제공하는 '퇴사학교'도 등장해 직장인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선 업무·퇴사·창업 등 전반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다. 퇴사 문제 인식과 결정 시기, 퇴사 후 현실, 회사 다닐 동기, 회사 다니면서 창업, 부업 성공 등 교육 내용은 다양하다.


퇴사학교 수업에 참여해 본 김모씨(30·여)는 "최근 50대나 고민하던 퇴사가 젊은층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며 "퇴사 역시 입사만큼 잘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 관련 수업을 듣는 등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퇴사와 관련된 수업에 몰입하다 자칫 누군가를 쫓아가는 형국이 또 될 수 있다"며 "본인만의 삶의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한데 그걸 놓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직장인 7년차인 이모씨(34)는 "어렵게 구한 직장을 퇴사하는 건 쉽지 않지만 100세 시대에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며 "퇴사에는 담력보다 실력이 필요하다는 말에 100% 공감, 철저하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퇴사' 관련 책도 늘었다. 특히 30대 구매 비율이 높다. 예스24에 따르면 퇴사 관련 출간 도서는 연도별로 △2015년 2권 △2016년 4권 △2017년(이날 기준) 6권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1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퇴사 관련 도서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9.5배 늘었다. 연령별 구매 비율은 30대가 51.5%로 가장 많았으며 △40대 27.9% △20대 11.4% △50대 7.7% △60대 이상 1.4% △10대 0.2% 등이 뒤를 이었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다. 막연하게 퇴사를 생각하기보다 철저하게 퇴사를 준비하려는 욕구도 강해져 관련 서적이 증가하고 판매도 늘었다"며 "주요 구매 독자는 은퇴를 앞둔 50대가 아닌 30대"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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