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코바체비치 "25년만의 협연…의견 일치 쉽지 않죠"

머니투데이 평창(강원)=구유나 기자 2017.07.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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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련한 조화' 빛난 정경화·스티븐 코바체비치의 협연 "박자 맞추는 게 가장 힘들어"

29일 오후 강원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왼쪽)와 피아니스트 스티븐 코바체비치가 25년간 추억을 떠올리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평창대관령음악제29일 오후 강원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왼쪽)와 피아니스트 스티븐 코바체비치가 25년간 추억을 떠올리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평창대관령음악제


'현(絃)의 마녀'와 '베토벤 스페셜리스트'가 25년 만에 만났다. 긴 세월 동안 서로의 연주를 잊지 않았다. '완벽한 화합'은 아니더라도 '노련한 조화'가 빛을 발했다.

29일 오후 강원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9)와 피아니스트 스티븐 코바체비치(77)를 만났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전일 저녁 25년 만의 협연에 대해 "리허설부터 공연까지 만족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코바체비치는 "이번엔 (연습 과정에서) 서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과거 협연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특히 '긴장 상태'라는 게 없었다"고 했다. 이에 정씨는 "오래 살면서 음악을 비롯해 여러 가지 삶의 경험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 28일 알펜시아 콘서트홀은 두 거장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장조 78번' 협연을 보기 위한 관객들로 북적였다. 600개 석이 매진됐다. 바이올린의 몰아치듯 한 카리스마와 피아노의 서정적이고 부드러움이 한데 모여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두 연주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도 어느 시점에서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커튼콜이 끊이지 않자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가 앙코르곡으로 연주됐다.



28일 오후 강원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정경화(왼쪽)와 스티븐 코바체비치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장조 78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평창대관령음악제<br>
28일 오후 강원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정경화(왼쪽)와 스티븐 코바체비치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장조 78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평창대관령음악제
코바체비치는 "정경화와도 마찬가지였고, 개성 강한 연주자들끼리 협연할 때 박자를 맞추는 게 가장 힘들다"며 "한 번은 재클린 뒤 프레와 리허설을 하다가 도저히 의견을 좁힐 수가 없어 '동전 던지기'를 한 적이 있다. 그와 3년간 협연하면서 두 번 동전을 던졌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씨와 코바체비치의 첫 협연은 수십 년 전 영국 런던에서 연주한 브람스 콘체르토였다. 두 사람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서로의 '연주'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은 생생했다. 정씨는 "(코바체비치가) 리허설을 하는데 '네가 어떤 대목에 이렇게 연주했다'라는 걸 어제처럼 떠올리더라"며 놀라워했다. 코바체비치는 연주자를 극한으로 몰아가는 정씨의 '지독한 완벽주의'를 회상하며 혀를 내둘렀다.

25년간 연주법이 조금씩 변했지만 근본적인 호흡은 변하지 않았다. 코바체비치는 20여 년 전부터 무대 의자를 7cm 정도 낮춰 앉는다. 손가락이 건반에 닿는 면적을 넓히기 위해서다. 정씨는 "리허설 때부터 소리가 변했다고 느꼈는데, 내 (바이올린) 소리가 그 변화에 반응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며 "소름이 다 돋았다"고 놀라워했다.


정씨는 한 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어렸을 때 어떤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요. 옛날에 한 도공이 완벽한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수천, 수만 개의 도자기를 버리다가 결국엔 자기 자신이 솥 안에 들어가서 기가 막힌 백자가 됐다는 얘기예요. 제 인생 전체가 바로 그겁니다. 언제나 그 '마지막 하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25년 만의 협연, 다음 협연은 언제가 될까. 향후 계획을 묻기도 전에 정씨는 대화 중간중간 "우리 두 번째 소나타 해야 돼"라며 코바체비치에게 '압박'을 넣었다. "얼마든지"(Why not?)라는 답변이 돌아왔으니 다음 협연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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