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쇼팽' 25년 만의 솔로앨범…"완벽주의 아니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07.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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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두 번째 솔로앨범 발매하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인터뷰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사진제공=유니버설뮤직


1975년 19세의 나이로 쇼팽 콩쿠르 우승. '쇼팽'을 배출한 폴란드의 자랑이자 완벽하게 섬세한 연주와 시적인 표현력으로 ‘현대 음악계의 쇼팽’이라 불리는 크리스티안 지메르만(Krystian Zimerman·61)이 25년 만의 솔로 레코딩 앨범을 발표한다. 이번 앨범에는 슈베르트의 유작이 된 소나타 제 20번과 21번이 담겼다.

25일 지메르만은 머니투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인생에서 또 한 번 새 시기를 맞이하면서 이들 유작 소나타를 마침내 연주해볼 용기를 가져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재로선 계속해서 다음 연주를 하며 2020년까지 레퍼토리 콘서트를 열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지메르만은 '완벽주의'로 정평이 나있다. 최고의 연주를 선보이기 위해 호로비츠처럼 자신의 피아노를 항상 갖고 다닌다. 한 번은 미국 카네기홀 연주를 위해 JFK공항에 입국했다가 피아노에서 화학물질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교통안전청(TSA)에서 이를 부숴버린 적이 있었다. 이후부터는 피아노를 해체했다가 현지에서 조립한다. 만족할 때까지 수십 번이고 재녹음을 하기 때문에 음반도 좀처럼 발매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미켈란젤리처럼 '은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본인은 세간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현재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하고자 하는 모습을 두고 '완벽주의'라 일컫는 것은 터무니 없다"며 "그런 행동이 완벽주의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예술에 완벽한 상태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실제로 생애 두 번째 솔로 앨범 녹음이 이뤄지게 된 계기는 꽤 즉흥적이었다. 2015년 지메르만은 일본 니가타현 가시와자키의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마치고 시장에게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처럼 훌륭한 콘서트홀이 있다면 음반을 다시 내기 시작할 것 같다"고 농담했다. 녹음 작업은 바로 다음 주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사실 저도 제 음반 전체를 들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썩 즐거운 일이 아니에요. 녹음 후 일주일만 지나도 아마 다르게 녹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 작업을 듣는 것은 저에게는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할 정도로 완벽한 지메르만도 같은 ‘쇼팽 콩쿠르’ 출신인 조성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15년 쇼팽 콩쿠르 결선 당시 조씨의 연주가 끝나자마자 평소 절친한 사이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에게 문자를 보내 놀라움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조성진은) 음악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임하는 피아니스트이며 음악가로서의 커리어를 구축해나가는 태도도 책임감이 있어 높이 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조성진이라는 이름은 오랫동안 널리 기억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음악계에는 내로라 할 '신예'들이 나오지만 모두가 '거장'이 되는 건 아니다. 지메르만이 쇼팽 콩쿠르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이후 오랜 시간 '거장'으로 불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라고 말했다.

"저는 언제나 진실하게 연주하려고 노력합니다. 지난 수십년간 오르간을 연주할 때에나 피아노를 연주할 때, 그 어떤 때에도 계산적으로 연주에 임한 적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정직한 음악가라면 사람들이 그 자세를 알아주기를 바라도 될 것입니다. 그게 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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