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가드, 5년 내 운용업계 1위…블랙록 제친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07.2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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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펀드' 자금 밀물…뱅가드에 하루 1조원씩 몰려

뱅가드 설립자 존 보글. 그는 '인덱스펀드'의 창시자로 유명하다./사진=블룸버그뱅가드 설립자 존 보글. 그는 '인덱스펀드'의 창시자로 유명하다./사진=블룸버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타이틀이 5년 안에 블랙록에서 뱅가드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된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뱅가드가 운용자산을 하루 10억 달러(약 1조 1200억 원)씩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뱅가드가 5년 안에 블랙록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부상할 것이란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현재 운용자산은 블랙록이 5조7000억 달러, 뱅가드는 4조4000억 달러로 각각 업계 1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건 뱅가드에 돈을 맡기려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뱅가드엔 2012년 이후 1조3000억 달러의 자금이 순 유입됐지만 같은 기간 블랙록에 모인 자금은 7620억 달러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에도 뱅가드가 2150억 달러, 하루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지만, 블랙록은 절반이 조금 넘는 1680억 달러를 끌어모으는 데 그쳤다.



뱅가드는 이미 5년 연속 업계 최대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엔 전 세계 뮤추얼펀드, ETF(상장지수펀드)에 순 유입된 5330억 달러 가운데 54%에 이르는 2890억 달러를 독차지했을 정도다.

뱅가드에 글로벌 자금이 모이는 건 글로벌 자산운용업계 판도의 중심축이 액티브펀드에서 패시브펀드로 바뀌고 있음을 방증한다.

패시브펀드는 말 그대로 수동적(패시브)으로 시장지수(인덱스)를 따라간다. 인덱스펀드라고도 한다. 시장 평균 정도의 수익률을 추구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싸고 안정적이다. 1975년 뱅가드를 설립한 존 보글은 인덱스펀드의 창시자로 불린다.


반면 액티브펀드는 적극적인(액티브)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유력 펀드매니저들이 유망한 주식이나 채권 종목을 꼽아주고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다. 이른바 '플러스 알파'라는 초과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큰 위험 또한 감수해야 한다. 액티브펀드들은 최근 투자실적 악화로 고전해왔다.

블랙록은 최근 액티브펀드 개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몇몇 유력 펀드매니저를 해고했고 올해 기술 투자에 10억 달러를 쓴다는 계획도 세웠다. 수학적 분석을 활용하는 퀀트 투자 전략을 강화해 수수료도 낮춘다는 방침이다.

뱅가드는 해외시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중국 상하이에 사무실을 열었고 6월에는 영국 개인 투자자를 위한 플랫폼을 개설했다. 업계 2위로 성장한 호주에서는 ETF 상품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2009년 이후 지속해온 강세장이 저물고 약세장이 오면 패시브펀드가 액티브펀드보다 타격이 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금융시장 주요 지표가 곤두박질치면 시장 지수를 따르는 패시브펀드의 수익률도 덩달아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산운용 컨설팅업체인 크리에이트리서치의 아민 라잔 CEO(최고경영자)는 "뱅가드가 시장 침체기에 블랙록보다 더 취약할 수 있다"며 액티브펀드 비중이 뱅가드는 약 75%, 블랙록은 63%쯤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뱅가드의 패시브펀드 비중이 큰 만큼 다음 약세장에서는 한쪽으로 쏠린 자산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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