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요 설화 속 '선화공주', 익산 쌍릉에 묻혔을까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2017.07.2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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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대왕묘 발굴조사로 피장자 밝힌다…백제 무왕, 선화공주, 또는 제 3의 인물?

전북 익산 쌍릉 중 대왕묘. /사진=익산시전북 익산 쌍릉 중 대왕묘. /사진=익산시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정을 통해 두고 /맛둥 도련님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서동요'로만 전해지던 선화공주가 설화 밖으로 실체를 드러낼까. 문화재청이 전북 익산에 위치한 백제시대 고분인 쌍릉(사적 제87호) 발굴작업에 나선다. 학계에서는 백제 무왕(武王·재위 600~641년) 또는 그 부인인 선화공주의 묘로 추정하고 있다.

23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다음달부터 전북 익산시 석왕동 쌍릉 중 대왕묘 발굴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올 11월에 작업이 마무리 되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소왕묘 발굴 작업에 돌입한다.



서동요는 백제 서동(무왕의 어릴 때 이름)이 신라 제26대 진평왕 때 지은 것으로 알려진 한국 최초의 4구체 향가다. 서동이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신라 수도 서라벌(현 경주)에 '공주가 밤마다 몰래 서동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노래를 퍼뜨렸다는 내용이다. 서동은 소문 때문에 궁궐에서 쫓겨난 공주를 기다리고 있다가 부인으로 맞는다. '삼국유사'에 원문과 설화가 함께 실려있으나 설화와 선화공주의 진위 여부는 늘 논란거리였다.

익상 쌍릉 중 북쪽에 있는 대왕묘 발굴 조사는 1917년 일제강점기 고적조사 이후 100년 만이다. 당시 약식 조사가 진행된 바 있으나 제대로 된 발굴작업은 이뤄진 적이 없다. 학계에서는 백제 후기 무덤양식(횡혈식 석실묘)과 인근 미륵사가 백제 무왕 때 창건됐다는 점 등을 미루어보아 대왕묘와 소왕묘에 각각 무왕과 선화공주가 묻혔을 거라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국립전주박물관이 일제 때 출토된 유물을 조사한 결과 기존 학설을 뒤집을 만한 결과가 나왔다. 무덤 석실에서 나온 치아 4점은 20~40살 성인 여성의 것으로 추정됐다. 또 적갈색 연질토기 1점도 신라 지역 특성을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 백제에 순장 풍습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왕묘에 선화공주가 묻혔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대왕묘가 선화공주의 묘로 확인될 경우 학계에 미칠 파장이 크다. 설화 속 왕비의 실체가 확인되는 반면 소왕묘의 주인과 백제 무왕이 묻힌 곳의 행방이 묘연해지기 때문이다.

이수정 문화재청 고도보존육성과 학예연구사는 "일제강점기 때 대왕묘가 정식으로 정밀 발굴되지 않았기 때문에 쌍릉의 피장자나 역사적 실체를 제대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금껏 명확한 근거 없이 (대왕묘가) 무왕의 묘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역사적 사실과 문화재라는 물리적 증거는 함께 가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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