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쌍릉 중 대왕묘. /사진=익산시
'서동요'로만 전해지던 선화공주가 설화 밖으로 실체를 드러낼까. 문화재청이 전북 익산에 위치한 백제시대 고분인 쌍릉(사적 제87호) 발굴작업에 나선다. 학계에서는 백제 무왕(武王·재위 600~641년) 또는 그 부인인 선화공주의 묘로 추정하고 있다.
23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다음달부터 전북 익산시 석왕동 쌍릉 중 대왕묘 발굴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올 11월에 작업이 마무리 되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소왕묘 발굴 작업에 돌입한다.
익상 쌍릉 중 북쪽에 있는 대왕묘 발굴 조사는 1917년 일제강점기 고적조사 이후 100년 만이다. 당시 약식 조사가 진행된 바 있으나 제대로 된 발굴작업은 이뤄진 적이 없다. 학계에서는 백제 후기 무덤양식(횡혈식 석실묘)과 인근 미륵사가 백제 무왕 때 창건됐다는 점 등을 미루어보아 대왕묘와 소왕묘에 각각 무왕과 선화공주가 묻혔을 거라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대왕묘가 선화공주의 묘로 확인될 경우 학계에 미칠 파장이 크다. 설화 속 왕비의 실체가 확인되는 반면 소왕묘의 주인과 백제 무왕이 묻힌 곳의 행방이 묘연해지기 때문이다.
이수정 문화재청 고도보존육성과 학예연구사는 "일제강점기 때 대왕묘가 정식으로 정밀 발굴되지 않았기 때문에 쌍릉의 피장자나 역사적 실체를 제대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금껏 명확한 근거 없이 (대왕묘가) 무왕의 묘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역사적 사실과 문화재라는 물리적 증거는 함께 가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