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제공=뉴스1
건설비리의 뇌관(雷管)으로 지목되는 A건축사사무소에 관심이 쏠린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A사는 2006년 설립된 중견 건축사사무소다. 지난해 569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업계 최상위 건축사사무소 매출(약 2000억원)의 30% 수준이다.
A사의 성장 비결로는 막강한 영업력이 꼽힌다. A사는 경영진이 앞장서서 수주 영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 (119,400원 ▼3,500 -2.85%)의 팀장급 직원 B씨에게 4억원대 로비를 한 혐의를 받는 C사장(등기이사)은 A사 지분을 3% 보유한 주주다. 재건축 조합 측에 뒷돈을 건네 이번 수사의 발단이 된 사람도 부사장 직급이다.
임원들을 내세워 영업에 주력하는 회사 전략 탓인지 A사의 임원비율은 17%에 달한다. 상시종업원 283명 중 무려 47명이 임원이다. 종업원 6명 가운데 1명 꼴로 대표이사(2명)·사장(6명)·CFO(1명)·부사장(3명)·전무(3명)·상무(11명)·이사(18명)·실장(3명) 명함을 들고 다닌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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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 관계자는 "이사와 실장은 표현만 그렇게 한 것이지 실질적으로 임원이 아니다"며 "상무까지 임원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수주경쟁이 치열한 업종 특성상 건축사사무소 중에는 임원 비율이 높은 경우가 종종 있다. 경쟁업체인 D건축사사무소는 임원 비율이 18%(60명/330명)를 넘는다.
서울 강남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건축사는 "힘 있는 거래처를 상대로 영업을 하려면 고위직 명함이 필요해 대외적 임원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A사의 고객사는 대형건설사를 포함해 재건축 조합,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으로 다양하다. 최근까지 A사는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설계 일감 수주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번 수사가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에서 시작된 이유다.
검찰은 A사와 그 발주처 전반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확보한 로비 장부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이번 수사로 고질적인 건설 비리를 얼마만큼 파헤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