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잠실진주 수사에 대형건설사들 벌벌 떤다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2017.07.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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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포스코건설·금호건설 연이어 압수수색, 임직원 3명 체포…업계 긴장↑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잠실진주)의 비리를 조사하던 검찰이 대형건설사들의 비리 수사로 전선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건설과 금호건설을 연이어 압수수색하고 임직원 3명을 체포했다. 갑작스러운 대형건설사 수사로 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19일 수사당국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동주)는 전날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등을 압수수색하고 임직원 1명을 체포했다. 송도사옥은 포스코건설의 주요 부서들을 포함하는 사실상의 본사다.



또 검찰은 다음 날인 이날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금호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임직원 2명을 체포했다.

포스코건설과 금호건설의 임직원들은 중견 설계업체 B사를 끼고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두 건설사들이 시공하는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등 각종 사업장에 B사가 참여하는 대가로 검은돈을 건넸거나, 반대로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수주하기 위해 B사를 창구 삼아 조합 등 발주처에 로비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포스코건설과 금호건설은 "수사를 차분히 지켜보겠다"면서도 일부 임직원의 '개인적 일탈'로 선을 긋고 있다. 일단 검찰 관계자도 "개인의 소관 업무 관련 비리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검찰은 잠실진주의 비리 혐의를 수사하던 도중 두 건설사의 혐의점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잠실진주아파트는 1981년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16개동 1507세대로 지어졌다. 기존 건물을 허물고 아파트 16개동 2390세대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사업비는 약 7300억원으로 추정된다.


검찰의 원래 타깃인 잠실진주와 관련해서는 김모 재건축조합 이사(71·구속)가 설계업체 B사의 이모 부사장(52)으로부터 "B사에 설계 일감을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가 밝혀졌다. 홍보대행업자 이모씨(45·구속)는 중간에 브로커 역할을 하며 이 부사장으로부터 1억20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설계업체 B사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포스코건설과 금호건설의 혐의점을 포착했다. B사가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의 설계 일감을 다수 수주하며 급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B사와 연관된 대형건설사는 2곳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추가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당장 잠실진주의 시공권을 딴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 등이 검찰 수사 향방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눈치다.

'협력업체 간 비리' 정도로 마무리 지었던 경찰의 수사력 논란도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검찰이 지난 5월 경찰로부터 잠실진주 사건을 넘겨받고 보강수사에 착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수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고질적 건설산업 분야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팀에는 건설비리 수사에 밝은 검사 등 수사인력이 추가로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의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을, 올해 들어서는 국내 최대 철거업체인 삼오진건설과 재건축(재개발 포함) 사업장 18곳 등을 집중 수사해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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