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뼈 아픈 비리' 다시는 없기를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17.07.19 05:02
글자크기

'박원순법' 유명무실케 한 서울시 '버스 비리' 사건

[기자수첩]'뼈 아픈 비리' 다시는 없기를


“뼈 아프게 생각한다.”

서울시내 버스업체 비리 사건과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처음으로 밝힌 소회다. 지난달 27일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한 식당에서 이뤄진 동행기자단과 저녁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시내버스 불법 개조 의혹은 한 버스업체가 불법으로 택시와 승용차를 천연가스(CNG) 차량으로 개조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이다. 경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서울시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제공한 ‘선물리스트’가 발견됐고, 뇌물 혐의로 조사받던 전·현직 공무원이 목숨을 끊었다.



“뼈 아프다”고 한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2014년 10월부터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 일명 ‘박원순법’을 시행하면서 비리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10월 금품수수·음주운전 등 공무원 비위 건수가 38% 줄었고 공직비리 신고가 5.6배 증가했다는 내용의 ‘박원순법 시행 전후 2년간 분석 결과’를 자신 있게 내놨을 정도니 허탈할 만도 하다.

박 시장은 “청렴하고 깨끗한 도시를 만들어 가는 일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며 감독·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원순법의 방점이 ‘자율’과 ‘책임’에 찍혔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일각에선 입장 발표가 너무 늦었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언론 첫 보도가 나온지 20일만, 경찰이 수사 결과를 내놓은지 4일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공무원 2명이 자살하는 등 파장이 컸던 것을 생각하면 진작에 사과하고 개선방안을 내놨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박 시장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후 관련 부서의 간부를 교체했고, 러시아 현지에서 “새롭게 감사 기구를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쇄신 방법을 발표하기에는 준비가 덜 된 듯 했다. 서울시는 19일 ‘공무원 부정 비리 차단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물론 공무원 비위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각 기관들도 감사체계를 강화하고 처벌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 스스로 자율과 책임을 ‘자정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위 없는 서울시를 기대해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