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부동산 과열' 투기세력 탓만 하는 정부

머니투데이 홍정표 건설부동산부 차장 2017.07.19 09:23
글자크기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6.19부동산대책이 시행된지 한달이 됐지만 부동산시장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일부 투기세력이 끌어 올려 비정상적이라던 강남 아파트 매매가도 대책 발표전의 상승률을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거주 선호도가 높은 지역 내 아파트 공급 부족,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유동자금, 도시재생 등에 따른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동산시장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아파트 시장은 2000년대 초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으면서 질적 시장으로 바뀌었다. 아파트라고 하면 모두 오르던 시대가 마감되고, 주거환경이 좋고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만 선별적으로 상승하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이고, 그중에서도 강남지역 선호됐지만 공급은 따라가지 못했다.

가장 최근의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서울시 총 가구수는 391만 가구로 집계됐다. 주택 수는 279만 호, 이중 아파트는 164만 세대다. 5년 전에 비해 가구 수는 34만 가구가 늘었지만, 주택 수와 아파트 수는 27만 호와 15만 세대 증가에 그쳤다. 가구 수 증가폭이 주택 수 보다 큰 것은 주택 부족이 더 심해졌다는 의미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달하지만,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시중 유동 자금도 1000조원이 넘는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이 폭등한 것은 이전 김대중정부에서 관련 규제를 대거 완화한 것도 이유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100조원이 넘는 토지보상금을 대부분 현금으로 지급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전국에 있는 아파트나 토지에 재투자해 시세를 올렸다는 것이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연간 10조원, 5년간 50조원이 투자되는 도시재생사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낙후된 환경이 개선되고,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곳이 많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재생지역으로 지정된 곳 인근에 있는 부동산의 가격 상승은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모이면서 활용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의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 매수도 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선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 장기 임대 권리를 얻기 위해 3.3㎡ 당 2억원가량을 지불하는데 비해 강남 아파트가 저렴하고, 자식들에게도 물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는 원인을 투기세력 농단으로 규정하면 정부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 분석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수 없기에 향후에는 더 큰 상실감을 주게 될 수도 있다.

참여정부도의 부동산정책 패착은 투기꾼과 강남 지역에만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주택공급과 유동성관리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규제 강화보다는 강남구 소재 대모산을 헐고 대규모 주거시설을 짓는 것이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오히려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머니투데이 홍정표머니투데이 홍정표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