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섭 대한항공 정비ERP팀 과장/사진제공=대한항공
지난 17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만난 전우섭 정비ERP팀 과장(사진·56)의 올 여름 휴가는 '봉사'다. 다음달 20일 필리핀 비콜 지역에서 동료 20여명과 함께 6박7일간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일년 내내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연차가 모자라다.
전 과장은 1997년 대한항공 사내봉사단 '디딤돌'을 만든 뒤 꾸준히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셋째주 화요일마다 국내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분기마다 한 번씩 해외에 나가 현지인을 돕는다. 필리핀, 몽골, 말레이시아, 케냐 등 대한항공의 취항지 개척에 따라 봉사활동 범위도 넓어졌다. 스리랑카 봉사활동도 현재 계획 중이다.
그는 "6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우리도 미국이 원조한 우유나 밀가루로 배를 채웠다"며 "조금만 도와주면 필리핀 아이들의 허기를 달래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우섭 과장과 대한항공 사내봉사단, 필리핀 비콜 지역 현지 주민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대한항공
이어 "없는 형편에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면 현지인들이 어디선가 코코넛을 잔뜩 갖고 와 나눠 준다"며 "그럴 때면 '아직도 세상이 밝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힐링을 받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남을 돕기 위한 봉사활동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게 전 과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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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과장의 봉사활동 뒤에는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시간이 될 때마다 함께 봉사활동을 다닌다. 이번 필리핀 봉사활동은 큰 아들이 함께 한다. 장성한 두 아들의 며느리들도 봉사활동에 적극적이다. 우연찮게 두 며느리 모두 사회복지사다.
전 과장은 "일주일은 봉사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쑥스럽다며 여건이 되면 한 곳에 정착해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해외 고아원 출신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집사람도 좋아한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