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봉사가 여행이다"…하늘길 봉사왕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7.07.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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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전우섭 대한항공 과장...1997년 사내봉사단 만든 후 꾸준히 국내외 봉사

전우섭 대한항공 정비ERP팀 과장/사진제공=대한항공전우섭 대한항공 정비ERP팀 과장/사진제공=대한항공


"봉사가 여행이다.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집짓기·급식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진정한 힐링이 여기에 있다."

지난 17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만난 전우섭 정비ERP팀 과장(사진·56)의 올 여름 휴가는 '봉사'다. 다음달 20일 필리핀 비콜 지역에서 동료 20여명과 함께 6박7일간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일년 내내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연차가 모자라다.

전 과장은 1997년 대한항공 사내봉사단 '디딤돌'을 만든 뒤 꾸준히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셋째주 화요일마다 국내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분기마다 한 번씩 해외에 나가 현지인을 돕는다. 필리핀, 몽골, 말레이시아, 케냐 등 대한항공의 취항지 개척에 따라 봉사활동 범위도 넓어졌다. 스리랑카 봉사활동도 현재 계획 중이다.



다음 달에 가는 필리핀은 그에게 특별하다. 국내에서 하던 봉사활동을 해외로 넓혀준 계기를 만들어 준 곳이다. 2003년 방문한 필리핀에서 우연히 수돗물로 허기를 달래는 아이들을 보며 전 과장은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봤다.

그는 "6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우리도 미국이 원조한 우유나 밀가루로 배를 채웠다"며 "조금만 도와주면 필리핀 아이들의 허기를 달래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 4~5년은 개인적으로 다녔던 해외봉사이지만 이제는 회사에서 적극 지원해주고, 동료들의 문의도 많다. 이번 필리핀 봉사활동은 신청자가 많아 절반 정도만 동행한다. 항공사라는 특수성 덕분에 대한항공은 해외 봉사에서 있어서 단연 다른 기업들을 앞선다.

지난해 전우섭 과장과 대한항공 사내봉사단, 필리핀 비콜 지역 현지 주민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대한항공지난해 전우섭 과장과 대한항공 사내봉사단, 필리핀 비콜 지역 현지 주민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대한항공
전 과장은 "아무 것도 아닌 병인데 단지 항생제가 없어 고생하던 분께 약을 전달했을 때 눈물 흘리던 모습, 암흑천지인 산속에서 태양광 전구에 불이 들어왔을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없는 형편에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면 현지인들이 어디선가 코코넛을 잔뜩 갖고 와 나눠 준다"며 "그럴 때면 '아직도 세상이 밝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힐링을 받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남을 돕기 위한 봉사활동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게 전 과장의 설명이다.


전 과장의 봉사활동 뒤에는 가족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시간이 될 때마다 함께 봉사활동을 다닌다. 이번 필리핀 봉사활동은 큰 아들이 함께 한다. 장성한 두 아들의 며느리들도 봉사활동에 적극적이다. 우연찮게 두 며느리 모두 사회복지사다.

전 과장은 "일주일은 봉사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쑥스럽다며 여건이 되면 한 곳에 정착해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면서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해외 고아원 출신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집사람도 좋아한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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