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워런 버핏도 힘든 시장 한국

머니투데이 송기용 증권부장 2017.07.17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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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자'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독점 기업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10년을 투자할 가치가 없다면 10분도 투자하지 말라"는 투자철학으로 무장한 버핏은 '경쟁 없는 시장독점이 가능하도록 진입 장벽을 세운 회사’를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코카콜라, 질레트, 맥도널드, 월마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이 대표적 기업이다.

비상장사지만 국내에서는 롯데면세점이 워런 버핏의 독점기업 이론에 맞아 떨어진다. 시내면세점 점유율이 60%를 넘어 2위 업체인 호텔신라를 압도한다. 최대 큰손인 유커(游客·중국 관광객) 평판에서도 경쟁자를 찾기 어렵다. 가짜 천국인 중국에서 '롯데(LOTTE)'는 '진짜'로 받아들여진다. 인천공항에서 마구 물건을 버리고 가는 유커들이 롯데면세점 포장지는 정성 들여 챙기는 이유다.



롯데면세점에 2015년은 다시없는 기회였다. 유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한동안 묶여있던 시내면세점을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듀프리, 미국 DFS에 이어 세계 3위 롯데면세점이 신규 면세점을 받는다면 2위, 1위를 제치는 시나리오도 가능해 보였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면세점을 사업부문으로 거느린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그룹 지주사로 삼으려 했던 것도 이 같은 선순환을 기대한 조치다.

하지만 현실은 끔찍했다. 2015년 이뤄졌던 1, 2차 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 롯데는 신규점을 늘리기는커녕 기존 '월드타워점' 면허까지 빼앗겼다. 월드타워점은 소공점에 이어 업계 매출 2위의 알짜 매장이다.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123층 초고층빌딩 '롯데월드타워'와의 시너지를 기대했던 터라 충격은 컸다. 당시 면허를 받은 기업이 면세사업과는 무관한 한화, 두산이어서 무성한 '설'이 나돌았다.



2년이 흐른 지난 11일, 의혹이 일부 벗겨졌다. 감사원이 발표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획득 감사 결과'는 '면세점 게이트'라고 할 만큼 충격적이다. 주무 부처 관세청이 평가점수를 부당하게 계산해 롯데 대신 한화, 두산에 특허권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이 왜 롯데를 떨어뜨렸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심사에 관여했던 관세청 직원들은 "실수였다"고 하지만 평가항목을 고의로 조작한 정황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누군가 '윗선'의 지시를 받고 '롯데 떨어뜨리기'에 나선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관세청에 압력을 넣은 '누군가'가 누구인지를 밝혀내야 한다.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박근혜-최순실 비선 라인으로 다시 시선이 집중된다.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국정농단 세력의 부지런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코스피 지수가 2400을 훌쩍 넘어섰다. 전인미답의 경지다. 이쯤 되면 '거품' 주장이 제기될 만하지만 잠잠하다. 올 들어 주가를 20% 끌어올린 주체가 외국인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과거 1000, 2000 돌파시 주역이었던 개인, 기관투자자는 이번 장에서 방관자다. 외국인이 올 들어 6개월 동안 10조원을 쏟아 붓는 가장 큰 이유로 국내 기업 실적 개선이 꼽힌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영업익 14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실적을 올렸고, 다른 상장사들도 사상 최대규모의 이익을 거뒀다.

배당확대, 지배구조 투명화와 함께 정부 리스크 개선도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달리보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점에 달했던 정부의 왜곡된 시장 개입이 현 정부에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정부', '비선라인'이 변수로 작용하지 않고 기업 경쟁력만으로 예측 가능한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면세점 선정 과정의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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