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들썩', 고급주택 줄줄이…평택 미군기지 가보니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2017.07.18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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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5.5배 규모 조성…상가 부동산 문의·임대주택↑…유흥업소 증가 우려도

한 미군 병사가 영어간판이 걸린 환전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한 미군 병사가 영어간판이 걸린 환전소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Can you speak English?"(영어 할 줄 아세요?)

지난 15일 점심 무렵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앞 터키음식점에 들어서자 점원의 영어 질문이 들려온다. 금발의 외국인 점원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메뉴판은 영어로 적혀있다. 평택기지가 들어선 팽성읍 안정리 일대는 새로 둥지를 튼 미군들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11일 주한미군 지상군을 지휘하는 미8군사령부가 평택 '캠프 험프리스' 내부 신청사에 공식 입주하면서 주한미군 '평택시대'가 시작됐다. 평택기지의 면적은 여의도의 5.5배인 1488만㎡(약 444만평)로 미 육군 해외 기지 중 최대 규모다. 2020년까지 용산기지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4만2700여명의 미군, 군무원과 가족들이 이전할 예정이다.



영어로 작성된 간판에 한글 설명이 써있다. /사진=남궁민 기자영어로 작성된 간판에 한글 설명이 써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땅값 '들썩'…허허벌판엔 미국식 고급 주택단지
미군기지 앞 안정리 로데오거리 일대에는 터키·인도·멕시코 음식점이 들어서 미군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에선 '사이다' 대신 '닥터페퍼'(주로 북미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탄산음료)가 메뉴판을 차지했다. 인근 휴대전화 대리점들과 환전소도 영어로 된 간판을 내걸어 외국에 온 느낌을 줬다.

미군 이전에 대한 기대로 이미 땅값도 껑충 뛰었다. 평택기지의 주요 출입구인 안정 게이트 앞 안정리 일대 공시지가는 1년사이 11.2%나 올랐다. 공인중개사 A씨는 "요즘 안정리 로데오 거리 상가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주 출입구 앞인 만큼 부대 앞 중심지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신축 임대주택 앞 잔디를 관리업체 직원들이 손질하고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신축 임대주택 앞 잔디를 관리업체 직원들이 손질하고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잘 정리된 정원과 차고가 들어선 주택가 풍경 /사진=남궁민 기자잘 정리된 정원과 차고가 들어선 주택가 풍경 /사진=남궁민 기자
임대주택들도 새 주인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평택기지에 근무하는 대부분 미군은 영내에 거주하지만 군무원들과 가족 등 관계자 1만여명은 부대 인근에 거주할 예정이다. 이들의 이전 소식에 몇년전까지만해도 허허벌판이던 원정리·근내리 일대에는 널찍한 도로를 중심으로 잘 관리된 잔디와 차고가 갖춰진 이국적 모습의 미국식 주택단지가 들어섰다.

임대 수요에 대한 기대로 안정 게이트 앞에는 렌탈하우스 사진으로 전면이 도배된 공인중개업소가 줄줄이 문을 열었다. 공인중개사 A씨는 "미군 관계자들은 수입이 안정적이고 소득이 높아 임대사업자들의 기대가 크다"며 "지난 몇년간 렌탈하우스가 많이 들어섰지만 이미 80% 가량이 임대된 상태"라고 전했다.

◇평택기지 내부 시설이 상권 흡수…유흥업소 증가 등 부작용 우려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미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 새 주둔지. 마트, 극장 등 대규모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뉴스11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미8군사령부 캠프 험프리스 새 주둔지. 마트, 극장 등 대규모 편의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뉴스1
대규모 미군 이전으로 기대가 크지만 우려도 있다. 완공된 평택기지 안은 학교·쇼핑센터·극장·은행 등 편의시설과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도 들어서 작은 '신도시'로 꾸며진다.


군무원과 가족들을 제외한 상당수 미군이 영내에 살면서 소비를 하고 휴일에는 외부 지역으로 나가기 때문에 유흥업소 등을 제외하면 지역 상인들이 얻는 이득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부대 주변에는 편의점·식당·옷가게 등 소규모 상점들은 들어섰지만 대규모 외식 프랜차이즈는 찾아볼 수 없었다. 농협을 제외한 시중은행의 점포나 극장도 없다. 이 곳에서 식당을 운영중인 최모씨는 "미군이 많아져 매출이 늘거라는 기대가 있지만 오히려 영내에서 잘 안나올지 몰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흥업소 증가와 범죄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영내에 없는 유흥업소 등이 기지 주변에 몰려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부대 주변 바와 클럽 등에는 이주 여성들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지금도 인근 바나 클럽에서 이주 여성들이 일을 하고 있다"며 "미군이 더 많아지면 유흥업소를 찾는 발길이 더 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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