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최순실 계획 아래 하나은행 본부장 됐다 생각"(종합)

뉴스1 제공 2017.07.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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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崔 특혜 위해 하나은행 경영개입 정황
"崔, 삼성 측 요구로 '코어→비덱' 이름 바꿔"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이균진 기자 =
최순실씨 © News1 김명섭 기자최순실씨 © News1 김명섭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최순실씨(61)의 요청으로 하나은행의 해외본부 설립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최씨의 측근인 하나은행의 본부장은 "최씨가 계획을 짜 거기에 자신을 이용하려 한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등에 대한 공판에는 독일에서 최씨의 자금관리를 도운 의혹이 있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2015년 9월쯤 당시 독일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이던 이 전 본부장은 최씨에게 "유럽통합본부를 룩셈부르크에 설치하는 방안이 진행 중이다, 그러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귀띔했다.

당시 하나은행은 룩셈부르크에 통합본부를 세우고 프랑크푸르트 법인은 폐쇄한다는 방침을 정한 상황이었다. 당시 최씨는 외국환거래법상 신고가 필요하지 않는 계좌를 이 전 본부장을 통해 하나은행에서 만들었다.



특검은 최씨가 이 계좌를 통해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삼성으로부터 승마 지원비를 받으려 했다고 본다. 하지만 통합본부가 설립되면 이런 특혜를 누릴 수 없기에 이를 무산시키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며칠 후 이 전 본부장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58)에게 전화를 받고 하나은행에서 추진하는 유럽통합법인 관련 리포트를 그에게 보냈다. 이날 재판에서 특검은 이 전 본부장의 이름과 그가 독일에서 사용한 전화번호가 적힌 안 전 수석의 수첩을 공개했다.

이 전 본부장은 특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유럽통합본부 관련 지시를 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그는 '최씨에게 안 전 수석의 전화를 받았다고 알리자 최씨가 고개를 끄덕였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은행의 본부설립 문제를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챙기라고 지시한 정황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News1 임세영 기자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News1 임세영 기자
이 전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최씨의 영향력을 실감해) 두렵다는 느낌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안 전 수석과 이 전 본부장의 통화 이후 하나은행은 그 해 9월23일 이사회 안건에 상정할 예정이던 유럽통합본부 설립안을 보류했다.

그는 특검에서 "은행의 본부설치는 대통령·경제수석이 개입하면 안 되는 문제라고 최씨에게 설명했지만, 최씨는 귀 기울이지 않고 '그러면 당신이 본부장이 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하나은행은 인사철이 아닌데도 이례적으로 글로벌 영업본부조직을 개편해 하나만 있던 본부장직을 추가로 만들었고, 지점장급이던 그는 신설된 글로벌영업 2본부장으로 지난해 2월1일 임명됐다. 그는 승진한 당일 안 전 수석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전 본부장은 글로벌영업 본부장으로 임명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최씨의 계획 아래 제가 본부장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최씨는 영업2본부장인 저를 해외지사의 선정이나 외환관리 규정, 프로젝트 참여 등 본인의 계산 아래 짠 계획에 저를 이용하려고 한 것 같다"며 "최씨는 해외 인맥도 있으니 그런 차원에서 이용하려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날 법정에선 최씨가 삼성의 요구에 따라 코어스포츠의 이름을 비덱스포츠로 바꿨다는 정황도 나왔다. 이 전 본부장은 "최씨로부터 '그쪽에서 코어라는 이름이 글로벌 명칭에 맞지 않으니 바꾸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본부장은 '그쪽'이라는 표현에 대해 "삼성이라고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인 이사를 통해 작명회사에서 받은 리스트를 최씨에게 전달했지만, 최씨는 쓰지 않았다"며 "삼성에서 비덱으로 바꾸라고 해 그렇게 바꾼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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