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생활을 바꾸는 생활정치의 힘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17.07.06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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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작지만 지속 되는 소소한 변화가 삶의 질을 개선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서울의 생활 정책과 생활 정치가 가져온 변화다. “이건 많이 불편한데…”라고 무심코 생각했던 부분이 어느 날 소리소문없이 조치 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최근 발생한 소소한 변화는 ‘다람쥐 버스’다. 오전 7~9시 출근시간대에 서울의 가장 혼잡한 버스 구간만 오가는 버스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가장 혼잡한 일정 구간을 반복해서 오간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다. 발 디딜 틈 없는 만원 버스에 올라타 출근길부터 파김치가 됐던 시민들에겐 고단함을 덜어주는 단비 같은 존재다.



버스와 지하철이 운행하지 않은 시간대(오후 11시 30분부터 이튿날 오전 3시 30분까지)에 운행하는 ‘올빼미 버스’도 서울에 사는 서민들의 고단함을 덜어준 작품이란 평가다. 올빼미 버스는 새벽 늦은 시간까지 매일 일하면서도 택시를 탈 형편이 못 되는 서민들의 발이 돼 주면서 가장 우수한 교통 복지란 찬사를 받았다. 우크라이나 키에프시 등 전 세계 많은 도시들이 올빼미 버스를 도입하기 위한 벤치마킹에 나섰을 정도다.

또 예전엔 버스 정류장에서 언제 버스가 올지 몰라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면 요즘은 정류장 마다 설치된 단말기가 차량 번호별로 대기 시간을 알려준다. 도착할 버스가 승객들로 가득 들어차 혼잡한지 아니면 여유가 있는지 귀띔해주는 것은 덤이다.



뿐만 아니다. 길을 걷다 어두침침하고 음침해 불편하게 느껴졌던 공터나 공지에 어느새 나무가 심어진 예쁜 정원이 조성되고 있다. 길을 걸으면서 “이 정도면 횡단 보도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던 도로엔 어김없이 새로운 횡단 보도가 들어선다.

어르신들을 괴롭히던 육교나 지하도가 있던 자리에 깔린 횡단 보도를 보고 있으면 흐뭇하기까지 하다. 또 곳곳에서 차선이 줄어들고 보도가 넓어지는 도로 다이어트가 이뤄지면서 차량에 점령당했던 보행 환경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서울로7017’과 같은 예외도 있지만, 요즘 서울시의 정책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대규모 프로젝트보다는 생활 속 불편을 해소하는, 그야말로 작고 소소한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지만, 알고 나면 무릎을 탁 칠만한 내용 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소소한 변화가 수년간 쌓이고 쌓여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바가 바로 이런 것이라 느낀다. 거대 담론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소하면서도 생활 속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것이야말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가져올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생활 정치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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