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원자력발전에서 지금 그런 일이 벌어졌다. ‘탈원전’ 기치 아래 정부(원자력안전위원회)가 승인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가 중단됐다. 시민배심원단을 꾸려 3개월 동안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대로 멈출 경우 들어간 돈을 날리는 것뿐만 아니라 공사를 수주한 기업들에 수조 원의 손해배상도 해야 한다. 결국 세금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에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현재 30%에서 18%로 낮추고 대신 친환경 LNG(액화천연가스) 비중은 20%에서 37%,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5%에서 20%로 높이겠다고 했다. 원전 비중을 낮추고 LNG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는 건 2014년 1월 확정된 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의 방향성과 다르지 않다.
여기엔 LNG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끌어올리기 힘든 점도 반영됐다. LNG는 지정학적 요인 등에 따라 가격이 치솟을 수 있고 공급 자체도 불안정할 수 있다. 태양광은 비가 올 때, 풍력은 바람이 불지 않을 때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LNG, 태양광, 풍력 모두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비싸다. 이런 이유로 각국이 원전으로 유턴하고 있다.
가격도 관건이다. 석탄마저 줄이기로 한 시점인 데다 LNG와 신재생에너지는 발전단가가 비싸므로 전기요금도 오를 수밖에 없다. 물가를 염려해 인위적으로 요금을 억제하던 이명박정부의 방식을 또 쓸 수는 없다. 지난해의 누진제 사태처럼 가정용에 대한 요금저항도 적지 않겠지만 산업용, 상업용 가격이 올랐을 때의 물가부담도 계산해야 한다. 요금이 높아진 만큼 제조업체나 서비스업체는 가격을 구매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원전분야의 일자리 소멸은 물론 요금 상승에 따른 산업경쟁력 약화나 ‘값싸고 정전 없는 전기’라는 매력에 이끌려 국내에 들어온 외국기업의 이탈 가능성 등도 고려해봐야 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첨언하면 대안의 신뢰도는 대안을 만든 사람에 대한 신뢰도다. 순서나 시기 이상으로 어떤 일의 성패를 가르는 건 누가 하느냐다. 정책에 대한 비판은 비전문가들도 할 수 있지만 정책을 생산하는 건 정부와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원전 비전문가들이 만든 공약과 비전문가들이 행하는 공론화나 그 결과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