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노래방?…소음공해 뺨치는 버스킹, 폭주하는 민원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7.07.0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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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프 켜고 공연하는 버스커, 집중 비난의 대상…"관광 홍보에 도움…자정노력도 필요"

신촌의 한 버스커./사진=인스타그램 캡처신촌의 한 버스커./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사람들이 많은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버스킹(busking·거리 공연)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버스커(busker·거리 공연족)들의 소리로 인한 갈등 문제도 커지고 있다. 소음공해 민원이 잇따르면서 버스킹을 강력 규제하는 지방자치단체까지 등장했다.

◇커지는 공연 음량…“번화가서 소리 안들려” vs “들을 사람은 알아서 모여”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버스킹 초기, 대다수 버스커들은 기타만 들고 노래를 했기 때문에 소음 문제가 크지 않았다. 사람 목소리나 기타 소리는 음량이 커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하지만 소리가 작다는 이유로 버스커들이 경쟁적으로 앰프를 사용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버스커 박모씨(28)는 “어떤 버스커들은 출력이 높은 큐브스트리트ex 앰프를 사용하면서 최대로 볼륨을 키워 소음에 가까운 버스킹을 한다”며 “아무리 번화가 소음과 다른 버스커들의 소리가 뒤엉켜 음량을 키운다고 해도 시끄러우면 짜증만 날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버스커들은 현실적으로 앰프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주말마다 버스킹에 나선다는 A씨는 "아무리 번화가라고 하더라도 버스킹할 곳은 몇 군데 안되기 때문에 불과 몇m씩 떨어져 공연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버스킹 관객 유연경씨(27)는 "좋은 버스킹이 있어서 듣고 싶다면 관객들이 알아서 가까이 모일텐데 왜 음량을 키워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쏟아지는 민원에 지자체 곤혹…“규제 방법 없어”

‘젊음의 거리’ 서울 서대문구 신촌은 버스킹 인파로 매일 북적인다. 큰 거리에 위치한 카페는 안쪽에 들어앉아도 공연 소리로 인해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다. 민원도 이어지고 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주로 저녁에 버스킹 관련 민원이 들어온다"며 "공사장이나 사업장 소음은 규제할 법이 있지만 버스킹 소음은 관련 법이 없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해변가에서 늦은 밤까지 공연하고 있는 부산 버스커들 /사진=포털 블로그해변가에서 늦은 밤까지 공연하고 있는 부산 버스커들 /사진=포털 블로그
쏟아지는 민원을 못 이겨 강력 계도에 나선 곳도 있다. 버스킹 성지로 꼽히는 부산 송도해수욕장의 구름산책로. 매일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버스킹에 주변 주택가에서 민원이 쏟아지자 서구는 결국 지난달 강력 단속에 나섰다. 서구 관계자는 “법으로 금지할 수 없는 건 맞지만, 밤 11시까지 공연하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에 단속에 나섰다”며 “당시 강력 단속에 나서면서 며칠간 아예 못하게 막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데다 버스킹이 관광 활성화에 좋은 것도 사실”이라며 “결국 버스킹 팀들과 오후 8시 이후에는 공연을 아예 하지 않도록 절충 합의했다”고 말했다.

◇ 버스킹, 도시 이미지 만들고 관광 활성화에 기여…자정노력 필요

영국 런던, 아일랜드 더블린, 호주 멜버른 등이 문화 예술 이미지를 갖기 까지 버스킹이 크게 기여했다. 버스킹을 통해 특유의 분위기를 전했다.

버스커들을 발벗고 유치하려는 지자체가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부산 등에 비해 버스킹이 발달하지 않은 포항은 올해 초 영일대해수욕장에 버스킹 로드를 만들고 관광지 조성에 적극 나섰다. 서울 신도림역도 버스킹존을 설치해 홍대 거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호주 멜버른 한 번화가의 버스커 /사진=이재은 기자호주 멜버른 한 번화가의 버스커 /사진=이재은 기자
관계자들은 지역 주민들·지자체와 버스커들이 상부상조하려면 이들의 자정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 서구 관계자는 “공연 시간을 정해두거나 음량 경쟁이 없도록 자체적으로 순번을 정해 앰프 사용을 줄이는 등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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