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막 문 닫고 뭐하세요?"…한강공원 천태만상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17.07.0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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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더이슈]그늘막 애정행각·쓰레기 무단투기·주차선 위반은 기본…과태료 물수도

"그늘막 문 닫고 뭐하세요?"…한강공원 천태만상



"그늘막 문 닫고 뭐하세요?"…한강공원 천태만상
"그늘막은 반드시 2개면 이상 열어두세요."

주말 오후, 한강 시민공원에서 그늘막 설치에 대한 안내 방송이 반복적으로 울려 퍼졌다. 그늘막은 햇빛을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텐트로 지퍼를 이용해 4개면을 여닫을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안내 방송을 비웃기라도 하듯 일부 그늘막은 4면이 모두 굳게 닫혀 있었다.



한강 시민공원을 방문하는 이용객 수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시민의식은 그에 못미치고 있다. 9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강 시민공원 방문자 수는 약 880만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 470만명에 비하면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시간 기준으로 공원 방문객을 측정하고 한강 공원에서 펼쳐지는 행사 참여 인원도 중복 포함한 숫자여서 실제보다 많을 수 있다.

방문객과 함께 민원도 늘었다. 지난해 한강시민공원 관련 민원은 1월 59건, 2월 88건에서 3월에는 176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후 4월 297건, 5월 397건, 6월 445건 등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은 열고 햇볕만 가리세요"…지나친 애정행각 여전

한강 시민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그늘막을 2개면 이상 열었을 때에 한해 설치를 허용한다. 그늘막 안에서 이뤄지는 지나친 애정행각·음주가무 등 무절제한 행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늘막 4면을 모두 꼭 닫아 안을 볼 수 없게 했다. 대부분 진한 애정행각이 이뤄진다고 공원 관계자는 말했다/사진=한지연기자그늘막 4면을 모두 꼭 닫아 안을 볼 수 없게 했다. 대부분 진한 애정행각이 이뤄진다고 공원 관계자는 말했다/사진=한지연기자
그러나 지난 주말 저녁 방문한 한강공원에는 4개면을 모두 닫은 그늘막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들이 단순 휴식만 취하고 있을 지는 알 수 없었다. 한강공원 관리 자원봉사자 A씨는 "진한 애정행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99%"라고 말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 산책을 나왔다는 장영진씨(27)는 "그늘막 문을 모두 내리고 있으면 안에서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한게 사실"이라며 "행락이 향락이 안되게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온 이모씨(27)도 "공공장소를 제 발로 찾아와 사생활 운운하며 그늘막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늘막에서 무절제한 행락을 하거나 설치허용 시간인 오전 9시~오후 9시(현재 7월 기준)를 지키지 않고 이용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쓰레기 지키고 선 촌극…"감시 안하면 큰일 나"

한강 공원의 쓰레기 몸살도 여전했다. 여의도 밤도깨비 시장이 열리는 여의도 한강 시민공원은 많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시장 입구와 길목 가운데 위치한 쓰레기 수거장에는 쓰레기 투기를 지켜보는 이들이 각 한 명 씩 서 있다.

한강공원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쓰레기(사진 위, 왼쪽), 여의도 밤도깨비 시장에서 관리자가 쓰레기버리는 것을 돕고 있다. 금세 쓰레기봉투가 쌓였다./사진=한지연기자한강공원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쓰레기(사진 위, 왼쪽), 여의도 밤도깨비 시장에서 관리자가 쓰레기버리는 것을 돕고 있다. 금세 쓰레기봉투가 쌓였다./사진=한지연기자
밤도깨비 시장 본부 관계자는 "어휴, 쓰레기 안 지키고 있음 큰일 나죠"라며 "쓰레기 버리는 것을 관리하지 않으면 아무데나 마구 쓰레기를 버리는 시민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쓰레기 투기를 감시하는 관리인이 없는 한강 공원 곳곳에는 쓰레기가 무방비로 버려져 있었다. 쓰레기 투기의 경우 다른 불법 행위와 달리 쓰레기를 버리고 간 당사자를 찾기 힘들어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어렵다.

제멋대로 주차, 이륜차 탑승 등도 한강 시민공원에서 골칫거리다. △이륜차 진입 △주차 위반 △애완견 관리 소흘 △취사야영 △불법 어로 △불법 상행위에 따른 과태료 부과건수는 2014년 2575건에서 지난해 5589건으로 불과 2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주차선을 지키지 않고 통로에 차들이 빼곡히 서 있다. 반대편에는 주차 빈 공간이 몇 블록 이상 충분히 남아 있었다, 한강공원 내 전동기 사용은 금지돼 있다/사진=한지연기자주차선을 지키지 않고 통로에 차들이 빼곡히 서 있다. 반대편에는 주차 빈 공간이 몇 블록 이상 충분히 남아 있었다, 한강공원 내 전동기 사용은 금지돼 있다/사진=한지연기자
한편 서울시는 한강공원 이용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5월30일 특별 대책을 발표했다. 쓰레기 수거 인력을 충원하고 스마트폰 사전 정산 시스템 도입, 차선 추가 등 주차 출차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민의식 개선이 근본적 해결 방법이라는 지적에 따라 성숙한 공원 이용 캠페인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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