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미래세대 위한 숙제 풀기엔 5년도 짧다

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2017.06.2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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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미래세대 위한 숙제 풀기엔 5년도 짧다


"기술 발달이 고도화되는 21세기에는 중·고교와 대학의 교육·직업훈련 프로그램 연계가 중요합니다."

최근 서울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국제 진로개발·공공정책센터(ICCDPP) 8차 심포지엄'에서 종합 강연에 나선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커비 바릭 교수의 말이다. 그는 미국의 진로 교육·개발 프로그램 등을 소개하면서 이른바 '학교에서 일터로의 전환'을 역설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관심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loT)·가상현실(VR)·로봇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무관치 않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나 교육·노동 시장 구조 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선진국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자동화 대체 등에 따른 일자리 구조 변화는 시작됐다. 현재 교육 방식으로는 직업·소득양극화 심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감도 섞여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에 대해 과거처럼 정답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사고의 유연성'을 키우는 방법을 가르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놔주고 흥미를 끌게 해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교육이론가·문화평론가 닐 포스트먼의 통찰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중학교 교사 출신답게 그의 주된 관심은 교육과 학생이었다.

그는 자신의 저서 '테크노폴리'에서 "학교는 아이들에게 단순히 수단이나 도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 등 '목적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사와 전통을 재구성하고 도덕적 건강성을 회복시키는 이른바 '인간 교육'이다.

또 다른 저서 '교육의 종말'에서도 그는 "학교 교육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인생을 설계할 것인지, 세계관을 넓혀줄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면서 "현실을 바로 볼 수 있고 역사를 올바르게 통찰할 수 있으며 가능성으로 가득 찬 미래에 대한 안목을 가르쳐 줘야 한다"고도 했다.


포스트먼이 학교와 교육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며 근본적인 교육 개혁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던 것과 달리 한국의 교육은 여전히 방향타를 잃고 헤매는 모습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겨우 한 달이 지났지만 정치권과 교육계는 벌써 갈등과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목·자사고 폐지와 수능 절대평가 등 새 정부의 정책이 도화선이 됐다. 대화나 타협은 온데간데없고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과 진영 논리에 갇힌 어른들의 싸움에 애꿎은 아이들을 볼모로 잡은 볼썽사나운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현세대가 무엇을 해줘야 할지에 대한 숙제를 풀기엔 '새 정부 5년'도 그리 길지 않은데도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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