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중퇴한 자식, '억만장자'로 키우는 법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7.06.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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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로드]<55>틀에 박힌 교육시스템 하에서 아이들의 진짜 재능이 발휘되지 못할 때

편집자주 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 "고등학생인 자녀가 어느 날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면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자식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떤 말을 하시겠습니까?"

미국 아이다호(Idaho)주의 작은 시골마을 래스드럼(Rathdrum)에 사는 에릭 핀먼(Erik Finman)은 학교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아무리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도 성적은 오르지 않았고 항상 C나 D를 받았습니다. 학교 교육에 한계를 느낀 에릭은 결국 열다섯 살이던 해에 고등학교를 중퇴했습니다.

고등학교를 그만둘 때 그의 성적은 2.1(100점 만점에 70~73점에 해당)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에릭에게 어떤 선생님은 “학교를 그만두고 평생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서 알바나 하며 사는 게 낫다”고 독설을 내뿜었습니다.



에릭은 공부를 안 하거나 게으른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집안이 가난해서 공부를 못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의 부모는 에릭을 초등학교 때부터 사립학교에 보낼 정도로 자식의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에릭의 부모는 둘 다 스탠퍼드(Stanford)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재들이었고, 에릭의 두 형 모두 16세에 명문대에 입학한 영재들이었습니다.

다만 에릭은 틀에 박힌 교육시스템 하에서 동기부여가 안 되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학교 부적응 학생’이었을 따름입니다.


# "학교 수학 시간에 A를 받기 보다는 회사를 창업하는 게 더 쉬어요."

사실 에릭은 자신처럼 학교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걸 깨닫고 열네 살 때 이들을 위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보탱글(Botangle)이라는 회사를 직접 창업할 정도로 창업가정신(entreprenuership)이 뛰어난 아이였습니다.

에릭은 창업을 준비하면서 코딩(coding)을 익혔고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회계와 재무를 배웠습니다. 학교 교육에선 도저히 동기부여가 안 되던 과목들이 창업을 하고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서 배워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에릭은 털어놨습니다.

학교 논술 시간엔 D밖엔 못 받았지만 숱한 사업 제안서와 문서, 이메일을 작성하면서 글쓰기에도 자신이 생겼습니다. 스타트업 운영에서도 남다른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래서 2014년엔 타임(Time)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이 있는 10대로도 선정됐습니다.

투자 수완도 남달랐는데 창업하는데 필요한 종잣돈을 열두 살 때 우연히 투자한 비트코인(bitcoin)으로 스스로 마련할 정도였습니다.

에릭은 모아둔 1000 달러(120만원)로 비트코인 100개를 구매했는데, 2년 뒤 그 가치가 10만 달러(1억2000만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에릭은 2015년 그가 창업한 보탱글 회사를 매각하고 매각대금으로 현금 대신 비트코인 300개를 받았습니다. 비트코인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것이지요.

그런데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그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는 이제 100만 달러(약 12억원)가 넘었습니다.

# "고등학교 졸업장은 대학에 입학해서 직장을 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요."

에릭은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부모에게 대학에도 가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의 부모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는데, 에릭이 열여덟 살이 될 때 백만장자가 돼 있으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다도 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올해 9월이면 에릭은 열여덟 살이 되는데 이미 그는 백만장자가 됐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제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에릭은 이제 대학교육의 가치도 못 느낀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틀에 박힌 학교시스템 하에선 에릭은 공부를 못하고 선생님마저 포기한 고교 중퇴생에 불과했지만, 학교 밖에선 그의 진짜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 교육에선 동기부여도 안 되고 성적도 별로였던 그였지만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글쓰기, 코딩, 회계와 재무 등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고, 열심히 배웠습니다.

학교시스템의 잣대로 보면 에릭은 학교 부적응자요 인생 실패자였지만, 학교 밖에선 우수한 창업가요, 뛰어난 컴퓨터 프로그래머이고, 또한 백만장자입니다. 게다가 이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유명인(celebrity)도 됐습니다.

# "에릭은 그 누구보다 '영리하고'(bright) '호기심 많고'(curious) '창조적인'(creative) 아이입니다."

그런데 에릭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도 이처럼 유명하게 된 데에는 부모의 격려와 지원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공부도 잘 못했지만, 에릭이 영리하고, 호기심 많고, 창조적인 아이라는 걸 그의 부모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에릭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그가 흥미롭게 여기는 분야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도 기꺼이 허락을 해줬습니다.

결국 에릭이 자신의 꿈을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남다른 재능을 이해하고 지원을 마다하지 않은 부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우리 주위에는 에릭과 같이 학교시스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공부도 잘 못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쉽사리 ‘학교 부적응자’라는 낙인을 찍어 버립니다. 심지어 ‘인생 실패자’라는 험한 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습니다.

학교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만 탓할 뿐 그들의 진짜 재능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학교 밖에서 발휘할 수 있는 남다른 재능이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 무수한 아이들이 자신의 진짜 재능을 단 한번도 발휘하지 못한 채 사회 부적응자로 따돌림을 받으며 자라납니다.

하지만 우리가 에릭의 부모처럼 아이들의 진짜 재능을 이해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응원해준다면, 학교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그리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자식을 얼마든지 ‘억만장자’로 키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세상에는 고등학교를 안 나오고도 ‘억만장자’가 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버진그룹(Virgin)의 창업자인 리차드 브랜슨(Richard Branson), 자라(Zara) 창업자 아만치오 오르테가(Amancio Ortega) 회장, 텀블러(Tumbler) 창업자 데이빗 카프(David Karp) 등입니다.

국내에선 넷마블의 창업자 방준혁 회장도 고등학교를 중퇴했고요.

대학을 중퇴하고 훗날 억만장자가 된 사람들도 꽤나 많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 페이스북(Facebook)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애플(Apple)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대학 중퇴생이었죠.

이들 모두 학교시스템에서보다 학교 밖에서 자신의 진짜 재능을 발휘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한결같이 이들의 뒤에는 누가 뭐라 해도 자식의 재능과 능력을 믿고 응원해준 부모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학교 밖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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