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美 생산거점도 '관세 거미줄' 걸렸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7.06.26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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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제강 美 생산법인, 관세폭탄 탓에 미국산 열연 조달키로

철강 美 생산거점도 '관세 거미줄' 걸렸다


한국 철강업계의 미국 현지 생산기지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됐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재에 전방위적으로 적용한 반덤핑·상계 관세 탓에 현지 생산기지가 한국산 철강재 대신 상대적으로 비싼 미국산 철강재를 원자재로 사용해 최종 제품을 생산할 수 밖에 없게 된 것.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생산 단가 상승으로 현지 생산기지의 수익성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세아제강 (232,000원 ▲2,000 +0.87%)은 이달 가동에 돌입한 미국 유정용강관 공장(SSUSA)에서 유정용강관의 원자재로 사용되는 열연(철강 반제품을 고온으로 가열해 만든 강판)을 한국이 아닌 미국 내에서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산 열연에 부과한 높은 반덤핑·상계관세 탓이다. 포스코는 미국에 열연을 수출하는 대표적 한국 철강사인데, 미국은 지난해 8월 포스코 열연 제품에 60.9%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이 때문에 현지 조달 비용이 올라가 한국산 열연을 사용하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현지에서 재료를 구매하는 것이 가격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세아제강 SSUSA는 고율의 관세 부과 전 한국산 제품을 조달하는 경우보다 높은 조달 비용을 감수해야 하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현지 열연조달 비용은 관세 부과 전 한국산 제품보다 보통 20~30%가량 높았다"며 "관세 폭탄 탓에 미국산 열연 조달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SSUSA는 당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현지 생산기지 확보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11월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유정용강관 제조 업체 두 곳의 자산을 약 1억달러에 인수한 뒤 SSUSA를 설립했다.

하지만 조달 비용 상승으로 SSUSA의 생산 수익성 둔화도 예상돼 보호무역주의 대응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연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 둔화는 이미 포스코와 US스틸의 미국 현지 합작법인 UPI의 적자에서도 확인됐다. UPI는 포스코에서 수입한 열연을 사용해 유정용 강관 등을 생산·판매했는데, 한국산 열연에 대한 60%대 관세 부과 후 미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UPI는 미국산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 적자전환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 생산법인은 수익을 올려 미국에서 법인세를 낸다"며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장기적으로 현지 생산법인 수익 둔화로 이어질 경우 미국에도 득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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