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사진=홍봉진기자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밤 10시13분경 정 씨에 대해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를 추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추가된 혐의를 포함한 범죄사실의 내용, 피의자의 구체적 행위나 가담정도, 그에 대한 소명의 정도, 현재 피의자의 주거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결정은 이날 낮 12시50분경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후 10시간20분여만에 나왔다. 정 씨는 기각결정이 나올 때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날 정 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자리에서 '도주우려'를 묻는 질문에 "아들이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고 저는 도주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덴마크에서 한국으로 강제송환된 정 씨는 곧바로 검찰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달 2일 정 씨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가담정도, 증거 등에 비춰 구속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며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새로 추가했다. 범죄수익은닉죄는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는 죄다.
검찰은 정 씨가 어머니 최 씨의 휴대폰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했다는 사실을 영장에 적시하며 "정 씨가 최 씨 및 박 전 대통령의 범죄수익을 관리한 핵심인물"이라며 범죄수익 은닉혐의를 주장했다. 정 씨가 덴마크에서 구금돼 있을 무렵 지중해 몰타의 시민권 획득을 시도한 사실도 제기하며 정 씨의 도주우려가 있다고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하지만 법원이 정 씨에 대한 영장신청을 기각하면서 검찰의 수사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어머니 최 씨나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정 씨는 본인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부인해왔다. 독일 등 해외에 숨겨진 것으로 관측되는 최 씨 일가의 재산을 추적하는 일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정 씨를 변호한 이경재 변호사는 "애초 특검이 최 씨를 수사해 기소할 때도 공범으로 적시를 하지 못한 혐의를 추가해서 너무 무리를 한 것"이라며 "검찰이 세 번째로 영장을 청구하려면 새로운 혐의를 찾아야겠지만 과연 찾을 수 있을까. 검찰도 그 정도 했으면 기소할 것은 기소하고 떨어낼 것은 떨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법원도 모녀를 동시에 감옥에 넣어서 재판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