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사라진 글로벌 금융시장…'폭풍전야'?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7.06.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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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포지수' 등 변동성 지수 역대 최저 수준…中 경착륙·美 금리인상 등 반전 변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사라졌다. 미국 금융시장의 평온한 분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대개 이 추세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지만 갑작스러운 반전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미국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19일(현지시간) 10.38로 지수가 처음 나온 1993년 이후 최저, 사실상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유럽과 아시아 금융시장의 변동성 지표도 각각 사상 최저,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 일명 '공포지수' 추이/그래프=블룸버그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 일명 '공포지수' 추이/그래프=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글로벌 금융시장이 공포를 상실한 건 기업 실적 개선과 경제 성장세의 안정, 지정학적 위기의 영향력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파커 번스차타인리서치 아시아태평양지역 전략 부문 책임자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어디에서나 변동성이 낮은 걸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한국, 대만, 홍콩 등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 증시를 반영하는 MSCI아시아지수를 변동성 지표로 되짚어 보면 올 들어 하루 변동폭이 평균 0.5%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해 1월 이후 하루에 3% 넘게 하락한 날은 하루뿐이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강세장이 한창이던 2001년 9월~2007년 10월과 2009년 3월~2011년 5월에 지수가 2~3개월에 1번꼴로 3% 이상 급락했던 것과 대비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평온이 당장 끝날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파커는 투자자들이 최근에는 2015년 8월에 일어난 중국의 위안화 깜짝 절하와 같은 충격적인 사건과 씨름할 일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위안화 절하는 중국발 증시 급락 사태를 촉발했고 중국에서 자본이탈이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파커는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의 소비지표와 기업실적 개선세가 증시를 띄어 올리고 있다며 중국 경제의 붕괴와 자본유출 등을 둘러싼 전반적인 공포가 누그러졌다고 진단했다.


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평온이 폭풍의 전조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중국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폭풍전야의 고요를 깨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중국 정부가 최근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과도한 레버리지(차입)에 제동을 걸려 하는데 과도한 긴축은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를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가운데 FRB는 당초 예상만큼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에 힘이 실려 FRB가 갑자기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면 금리인상을 회의적으로 봤던 투자자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채권왕'으로 유명한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CEO(최고경영자)도 지난 주말 자체 인터넷방송을 통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와 VIX가 지금은 떨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추세가 계속되리라 기대하진 말라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특히 VIX에 대해 "낮은 변동성 다음엔 거의 필연적으로 높은 변동성이 뒤따른다"며 VIX가 하락할 것이라는 데 이미 막대한 베팅이 몰린 만큼 VIX 하락세가 연말까지 지속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군드라흐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의 하락세도 한계에 도달했다며 올 여름 어느 시점에서 금리가 오르며 VIX의 반등을 부추길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2.18% 수준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2020년까지 6%로 오를 것이라며 현재로선 현금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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