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폐지… 서울대생들은 환영할까

머니투데이 모락팀 이재은 기자 2017.06.2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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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서울대 신입생 중 자사고·특목고 출신 절반… 올해 합격자 고교 상위 10곳 중 5곳 자사고

서울대학교 /사진=뉴스1서울대학교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외국어고·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핵심 교육공약으로 내세운 가운데 외고·자사고 출신이 많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이 공약을 바라보고 있는지 주목된다.

'2016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고교별 등록현황'(최종합격·2월23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입학생 중 자사고와 특목고 출신 비율은 각각 23.0%, 26.1%로 약 절반(49.1%)을 차지했다. 반면 일반고 출신 서울대 입학생 비율은 49.7%에 불과했다. 이는 과고 등 다른 특목고까지 포함된 비율이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일반고의 수가 훨씬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자사고와 외고 출신 학생의 비율이 높다.



'2017학년도 합격자 출신고교별 현황'(수시·정시 최초합격자 기준)에 따르면 올해도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고등학교 상위 10곳 가운데 5곳이 자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5위에만 겨우 일반고인 단대부고(28명 합격)가 이름을 올렸다.

/사진=서울대 대나무숲 캡처/사진=서울대 대나무숲 캡처
이에 대해 서울대생들은 외고·자사고 폐지가 사교육이 범람하는 교육환경을 바꿀 수 없다며 공약을 반대하거나, 폐지는 괜찮지만 구체적 지침이 필요하다는 등 여러 의견을 내고 있다.



20일 대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대 대나무숲’에는 한 학생이 '외고·자사고 폐지로 인한 논란이 많은데 이를 공론화하고자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댓글을 달며 토론하고, 이와 유사한 글도 다수 올라와있다.

이 학생은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는 기본적으로 불평등과 차별"이라면서 "교육 시스템에서도 학교에 따른 서열화가 생기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보통 외고·자사고에 진학하는 이유는 좋은 면학 분위기에서 특화된 수업을 받아 학습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이므로 이를 원하는 학생들은 일찍부터 노력을 하며 미래를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또 “동등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명목 하에 좋은 환경으로 갈 기회가 사라지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은 떨어질 것이고, 하향 평준화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외에도 그는 "과연 교육을 '공산주의화'하는 것이 가능하냐"며 "외고와 자사고를 없앤다고 해서 고교 서열화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반고 내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서열이 생기고, 학생들은 상류 일반고에 진학하기 위해 다시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 그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불평등과 차별은 자본주의 사회의 원동력이라기보다는 부작용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며 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작하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부의 불평등과 차별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한 학생은 "무언가를 배우는 이유가 더 높은 소득과 높은 사회적 지위가 되어서는 안된다"라며 "배우는 이유를 찾아가는 교육이 돼야 하는데 배움 자체가 수단화된다면 그것 자체로 인적 자본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행위가 된다"고 의견을 남겼다.

또 다른 학생은 "지금 외고를 진학하고 싶어하는 학생이나 외고의 대학 진학을 보면 단순히 대학을 잘 가기 위한 경우가 많아 그 취지를 잘 따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고, 자사고 폐지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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