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창업이 청년창업보다 더 많아진 나라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7.06.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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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84>50세 이상 창업 급증했지만 창업 후 생존율은 점점 악화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 노인창업이 청년창업보다 더 많아진 나라


“대학졸업 후 창업 준비를 하면 심리적으로 큰 압박을 받습니다.”

창업을 하기에 좋은 나이는 몇 살일까요?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창업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후에 창업하는 게 유리할까요?

창업 멘토링을 제공하는 K-ICT 멘토링센터의 최병희 센터장은 창업에 나서려는 사람들에게 학생창업을 적극 권유합니다. 대학졸업 후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지기 때문에 졸업 전에 창업을 하라는 것이지요.



게다가 청년시절에는 실패해도 그 여파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습니다. 무엇을 시도하고 잘못돼도 얼마든지 피보팅(방향 전환)을 통해 새로운 출구를 찾아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정부도 청년창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습니다. 창업선도대학을 선정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고 대학은 기업가정신교육 등 창업교육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창시절에 창업교육을 수강하고 실전창업 경험을 쌓는 청년들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또 취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취업의 대안으로 창업을 고려하는 청년들도 부쩍 늘었고요.

실제로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39세 이하 청년창업(신설법인)은 2008년 1만5778건에서 2016년 2만6945건으로 연 평균 7%씩 증가했습니다. 특히 30대 미만 창업은 연간 15%씩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정부의 창업 육성정책의 수혜는 정작 청년이 아닌 50세 이상 시니어에게 돌아간 듯 합니다.


2008년 1만3561건에 불과했던 50세 이상 시니어창업은 꾸준히 늘어 급기야 2011년엔 39세 이하 청년창업을 능가했고, 2016년엔 3만3639건으로 40대 창업에 근접한 수준까지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시니어창업 증가율은 연 12%로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시니어창업 증가율은 청년창업 증가율보다 1.7배나 높았습니다.

게다가 40대 창업은 2016년에 감소하며 한풀 꺾이는 모양새인데 시니어창업은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로써 2008년 전체 창업 가운데 27%로 가장 비중이 작었던 50세 이상 시니어창업은 2016년엔 35%로 커져 40대 창업 다음으로 높아졌습니다.

반대로 39세 이하 청년창업은 그 비중이 2008년 31%에서 2016년 28%로 오히려 축소돼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낮아졌습니다.

2010년 이후 50세 이상 시니어창업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그 당시부터 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노동환경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후 50대 중반이 되면 스스로 알아서 퇴직을 앞당기는 분위기가 생겨나면서 법적 정년을 다 채우고 퇴직하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8월 기업체 272곳의 인사관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사무직 근로자의 실제 퇴직 연령은 55.7세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석유화학과 조선업종의 경우엔 사무직 근로자의 실제 퇴직 연령이 50세와 50.6세에 불과해 50대 초반에 이미 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50대 초중반에 조기퇴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퇴직 후 집에서 쉬기보다는 창업전선에 열심히 뛰어든 게 50세 이상 시니어창업이 증가하게 된 배경이 아닌가 해석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시니어창업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창업 후 생존율은 점점 악화돼 시니어창업의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에 따르면 50대 창업가의 창업 후 1년 생존율은 2008년 65.4%에서 2014년 63.3%로 낮아졌습니다. 60세 이상 창업가의 경우엔 2008년 66.0%에서 2014년 59.4%로 악화됐습니다.

창업 후 3년과 5년 생존율도 악화됐습니다. 특히 50대 창업가의 창업 후 5년 생존율은 2012년 35.9%에서 2014년 30.5%로 크게 줄었고, 60세 이상 창업가는 2008년 36.8%에서 2014년 27.8%로 9%p나 감소했습니다.

2010년 이후 시니어창업이 크게 늘고 있지만 창업 후 생존율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은 창업 후 망하는 시니어 창업가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을 뜻합니다. 즉 시니어창업의 위험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제 한국은 50세 이상 시니어들이 청년보다 더 용감하게(?)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나라가 됐습니다. 올해 어쩌면 시니어창업이 사상 처음으로 40대 창업마저 추월하는 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현상이 비정상적인 걸까요? 시니어창업이 청년이나 40대 창업보다 많은 나라가 말입니다. 경제적으로 건강한 국가의 모습인지 섣불리 판단이 가지 않습니다.

노량진 공시촌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20~30대 청년 공시생들이 점점 더 불어나는 모습과 50대 조기퇴직 후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시니어 창업가들이 늘어나는 모습은 지금 한국사회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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