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교육과 사업화 사이 경계 사라져야"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2017.06.1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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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스타트업 수업 참관기

16일 동국대 경영관에서 진행된 스타트업 프레젠테이션·모의투자 수업에서 클러버팀이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상희 기자16일 동국대 경영관에서 진행된 스타트업 프레젠테이션·모의투자 수업에서 클러버팀이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상희 기자


"금이나 마약류 같은 금지 품목은 어떻게 거를 수 있나요?"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필동로 동국대학교 경영관에서 진행된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프레젠테이션·모의투자 수업에서 항공 수하물 공유 서비스를 선보인 팀의 발표가 끝나자 예리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 날 수업에는 한국,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모인 MBA(경영학 석사) 과정 학생 30여 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6~7명이 한 팀을 이뤄 자신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다른 학생들에게 발표했다. 항공 수화물 공유 서비스 외에도 클럽 예매앱, 국내 거주 외국인 대상 신선 농산물 직거래 서비스, 맞춤형 식단 도시락 배송 서비스 등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가득했다. 특히 일부 팀은 실제 시제품과 홍보전단을 만들어 와서 소개하기도 했다.



16일 동국대 경영관에서 진행된 스타트업 프레젠테이션·모의투자 수업에서 밀프렙팀이 선보인 시제품과 홍보전단/사진=김상희 기자16일 동국대 경영관에서 진행된 스타트업 프레젠테이션·모의투자 수업에서 밀프렙팀이 선보인 시제품과 홍보전단/사진=김상희 기자
한 팀의 발표가 끝나면 다른 팀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수익은 어디서 얻나", "시장 규모는 어떻게 되나", "사업 지속을 위한 피보팅(다른 사업모델 전환)은 가능한가", "소비자들이 왜 이 앱을 이용해야만 하는건가" 등 실제 투자 유치 행사를 방불케 했다. 계속되는 질문에 지도교수인 이영달 교수가 질문 중단을 요청할 정도였다. 학생들의 열기만큼은 '테크크런치 디스럽트'(미국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 못지 않았다.

수업에는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인 최충엽 스타트업센트럴 대표와 김종택 국민대학교 창업벤처대학원 교수 겸 창업보육센터장이 참여해 현실감을 더했다. 최 대표와 김 교수 역시 실제 투자 유치에 나선 것 처럼 날카로운 질문을 하며 학생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주기도 하고, 해외 시장과 현황 등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모든 팀의 발표가 끝난 후에는 모의투자가 진행됐다. 학생들에게는 각각 가상으로 10만 달러씩에 주어졌다. 사업성 등을 고려해 어느 팀에게 얼마만큼의 자금을 투자할지 정하고, 또 서로 왜 그러한 판단을 했는지 토론했다.

수업을 지도하고 지켜 본 이 교수와 최 대표, 김 교수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육과 실제 창업 간의 경계가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내 대학에서도 스타트업 관련 수업이 많지만, 대부분 창업 방법 등에 대한 이론을 가르치는데 그쳐, 학생들이 실제 창업을 할 때는 괴리를 느낀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오늘 수업은 단순히 간접경험을 한다거나 체험해 보는 수준이 아니라 수업에서 발표한 내용이 실제 사업화로 이어진다"며 "학생들도 이미 발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홈페이지를 꾸미고 시제품을 만드는 등 사업이 시작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우리나라는 사업자 등록을 해야만 사업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투자도 그제서야 이뤄진다"며 "미국의 경우 회사를 설립하기 전 대학 수업에서 나온 좋은 아이디어들이 바로 사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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