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골프·룸살롱 접대'에 대한 법원의 이중잣대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17.06.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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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무원이 업무와 관련된 범죄 사건의 피의자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 룸살롱에서 같이 술도 마셨다. 사건에 대한 조언도 해줬다. 이 공무원이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면 법원은 어떤 판단을 했을까? 만약 이 공무원이 판사였다면? 일반 공무원보다 죄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을 것이다. 형사 처벌은 몰라도 최소한 징계감이다.

그런데 실제로 법원은 이런 판사에게 경고만 주고 넘어갔다. 사실상 징계는 없었다. 부산고등법원 시절 뇌물죄 피의자인 건설업자로부터 각종 접대를 받은 문모 전 부장판사의 얘기다. 징계를 피한 문 전 판사는 스스로 법복을 벗고 무사히 개업했다. 만약 징계를 받았다면 변호사 개업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만약 그가 판사가 아닌 검사였다면 어땠을까? 2013년 A 검사는 다른 검사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던 피의자로부터 7차례의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이유로 면직 처분을 받고 검찰에서 쫓겨났다.

2010년 사건 관련자와 유흥주점에 출입했던 B 검사도 면직됐다. 당시 법원은 B 검사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B 검사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징계취소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검사의 품위를 손상 시킨 만큼 징계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문 전 판사는 이 사건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골프 친 게 문제가 되느냐”고 했다고 한다. 판사로서 자신이 속한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피의자의 돈으로 골프를 친 게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 판사의 태도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건 법원의 인식이다. 같은 행동을 한 검사와 판사를 두고 검사는 징계하는 게 맞다고 판결을 내리면서 판사는 봐주고 넘어간 법원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전형적인 ‘이중잣대’이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의 태도다. 비리 공무원을 제 식구라는 이유로 감싸고 도는 법원의 판결을 국민들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검찰개혁’ 못지 않게 ‘사법개혁’도 우선 과제로 다뤄져야 할 이유다.


이태성 기자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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