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창업보다 취업…도전 않는 청년들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7.06.19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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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업 2030 청년창업]50대 이상 주도…30대 비중 한번도 늘어나지 않아

그래프=최헌정 디자이너그래프=최헌정 디자이너


#서울의 사립대학 출신인 A씨(28)는 창업동아리에서 쌓은 경력을 토대로 지난해 취업에 성공했다. 벤처동아리 경진대회와 각종 공모전에서 입상한 이력이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입학 초기 창업을 통해 대박을 내겠다며 창업동아리에 들어갔지만 졸업 후 실패를 반복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취업 스펙쌓기용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 취업 성공의 요인이라는 생각이다.

제2의 창업붐이라 할 정도로 해마다 창업기업이 증가하지만 정작 일자리 정책의 핵심 계층인 청년 창업자 비중은 하락한다. 여전히 창업보다 취업이나 공무원 같은 안정된 일자리를 선호하는 성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청년의 창업비중 감소는 신성장동력을 4차 산업혁명에서 찾으려는 문재인정부에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청년들의 기술기반 혁신형 창업이 국가 경제의 활력소로 작용했던 외국의 사례와 비교할 때 '역주행'을 우려해야 할 처지다. 무엇보다 창업은 청년 일자리 해법의 한 축이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에 5000억원 규모의 청년창업펀드를 투입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이는 정부 계획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30대 창업비율 통계 이래 한 번도 상승 없어=18일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최근 창업열기는 ‘닷컴신화’라 불리던 IMF 외환위기 이후 벤처 열풍에 버금간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신설법인 수는 3만3339개로 2008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 증가했다.



창업은 50대 이상이 주도했다. 50대는 전년 동기 대비 5.3% 늘었다. 60대 이상은 20.2%나 증가했다. 반면 20대는 2.1%, 30대는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퇴자들은 창업을 미래의 탈출구로 여긴 반면 청년들은 그러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장기적으로 봐도 청년창업 열기는 식어가고 있다. 2008년 신설법인 수의 31.0%를 차지하던 20~30대 신설법인 비중은 지난해 기준 28.0%에 그쳤다. 특히 30대 비중은 조사 이래 단 한 번도 늘어나지 않았다. 2008년 신설법인의 27.0%에 이른 30대 비중은 지난해 21.7%까지 떨어졌다. 올해 1~4월 평균 비중 역시 21.3%로 반등의 기미를 찾기 힘들다. 20대 창업자 비중은 4.0%에서 올해 6.1%까지 올랐지만 절대적인 수치가 미미하다. 올해 4월까지 20대 신설법인 수는 2035개로 연령대별 가장 적은 숫자를 기록했다.

심각한 것은 청년창업자들의 생존율이다. 중소기업청의 창업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대비 2015년(조사연도 기준) 업력 1년의 20~30대 청년창업 기업은 8.1% 줄었다. 특히 1년을 버틴 20대 창업자는 2년 만에 40.5%나 감소했다. 전체 창업기업의 증가율이 6.4% 상승한 데 비하면 청년창업은 역주행한 셈이다.


◇생계형 서비스 쏠림, 혁신형 창업은 1%도 못 미쳐=청년창업의 기피 이유는 다양하다. 안정된 일자리를 선호하는 청년층의 성향부터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풍토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중소기업연구원이 분석한 '창업에 관한 4가지 함정'에 따르면 예비창업자는 △창업해도 돈을 못 버는 사회 분위기 △창업준비기간과 비용부담 △창업실패 시 부담감 △창업을 후순위로 두는 심리 등으로 창업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창업의 질적 저하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창업기업 실태조사 기준 20대 창업의 39.2%, 30대의 32.3%가 도소매업이다. 전체 평균 28.5%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외에도 음식, 숙박 등 단순노동 투입 중심의 저부가가치 업종이 주류를 이룬다.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서비스업종 쏠림현상은 청년창업의 생존율을 낮추는 원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반면 벤처기업, 이노비즈기업, 경영혁신기업 등 혁신형 창업(인증 기준)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2014~2015년 합산 기준 20대가 0.3%, 30대가 0.8%에 그친다.

해외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생계형 창업률은 매우 높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생계형 창업비율은 63%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사업화를 위해 회사를 설립하는 기회형 창업 비율은 21%에 그치고 있다. 창업국가로 잘 알려진 이스라엘의 경우 생계형 창업이 13%인 반면 기회형 창업은 58%다. 미국, 영국, 일본 등도 생계형 창업이 22~30%, 기회형 창업이 46~54%를 차지하고 있다.

창업의 질적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청년창업가를 중심으로 기술기반형이면서 일자리 창출 업종 창업에 대한 지원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청년들의 혁신중심 기술형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선 기술형 창업으로 평가받은 청년들의 병역을 해결해줄 정도의 파격적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승계나 매각까지 손쉽게 이뤄지는 분위기를 조성해 ‘닷컴열풍’ 때처럼 ‘성공하면 큰돈을 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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