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달 동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사진=동국대학교
혁신 생태계 관련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이영달 동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혁신 생태계 활성화에 있어 중요한 것은 창업 기업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 동안의 창업 지원 정책은 성과 지표가 창업 숫자 등 양적인 것에 맞춰져 있어 제대로 된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데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매년 신규 법인 숫자가 5만~6만 개 수준이다가 지난 정권에서 창업을 촉진하면서 연 10만 개 정도로 증가했다"며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 보면 기술 기업이 아닌 도소매업, 부동산 임대업 등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 교수가 꼽는 숫자 늘리기 만의 심각한 문제는 창업 시장에서의 도덕적 해이다. 무분별한 숫자 늘리기는 지원금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이나, 지원금을 떼어먹는 이른바 '먹튀'를 양산했다. 또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는 고급 차량 등의 세금, 비용 처리를 위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등 편법을 위한 창업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기술기업 창업이 많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들 기업이 초기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 조달 시장에 스타트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견해다.
이 교수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제한적이고 가계부채도 심각하다 보니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성비가 높은 상품, 서비스 중심으로 소비가 일어난다"며 "이런 상황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는 창업 기업, 혁신 기업이 이익을 만들어 내기가 구조적으로 어렵고, B2B(기업 간 거래) 시장 역시 상당 부분 대기업 등 기존 기업이 버티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 만큼 스타트업에게는 정부 조달 시장 등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시장이 기회일 수 있는데 현재는 이마저도 납품 실적, 재무 상황 등을 요구해 참여가 어렵다"며 "미국의 경우 정부가 필요한 상품, 서비스를 구매하고자 할 때 기존 기업들로부터 사는 것이 아니라 아예 창업 기업을 만들어 조달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정부 연구소 등도 함께 창업에 참여시켜 품질과 납기 등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