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메시지, 퍼포먼스 등 모두 완성도가 높다. 주연 배우인 문재인 대통령의 능력이다. 사실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온 인사일수록 반신반의했다. ‘잘 해야 할텐데…’라는 기대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교차했다. 한 측근은 이렇게 말한다.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우리가 문재인을) 잘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닐까”. 기존 정치의 잣대로 문 대통령을 규정짓고 재단하려 했다는 반성이었다. 다른 인사는 “정치인 문재인보다 대통령 문재인이 맞는 옷”이라고 했다.
인사와 메시지의 융합 역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장하성과 김상조로 정부의 색깔을 보여준다. 조국, 윤석렬 등 이름만으로 방향이 가늠된다. 인사 검증 과정의 잡음도 흐름을 해치지 않는다. 그만큼 참신, 파격, 신선이 주는 영향이 크다. 한 인사는 “캠페인 같다”고 평했다. 선거와 맞지 않았던 문 대통령이 정작 국정 운영 첫 달을 선거처럼 보낸다는 의미다. 활력, 참신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다.
모든 인사가 미담과 스토리를 갖출 수는 없다. 싫증나면 눈길을 다시 잡아오기 어렵다. 한두번의 눈길을 끌 수 있어도 5년간 미담 인사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념식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감동을 줄 수는 없는 거다. ‘캠페인’은 이벤트 수준이어도 박수를 받지만 국정은 그렇지 않다.
물론 준비된 대통령의 준비된 행보는 안정감을 준다. 비정규직을 만나고 치매 환자를 보듬으며 정책과 연결하는 것은 새 정부의 힘이다. 10년 전 아마추어라고 비판받았던 집권 세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검찰 개혁, 국방 개혁 등에 접근하는 발걸음에서도 성숙이 느껴진다. 콘서트장에서 멋진 공연을 보듯 국민들이 현 정부의 개혁을 지켜보고 환호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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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정은 이벤트나 공연이 아니다. 행사장 배관 펌프가 터져 발밑에 물이 차면 환호는 곧 짜증, 불만으로 바뀐다. 이미 약간의 시그널(신호)이 감지된다. 바로 참여정부를 5년간 괴롭혔던 ‘부동산’이다. 대통령이나 김수현 사회수석을 비롯한 참모들에겐 ‘트라우마’다. 청와대는 ‘(시장에) 시그널을 주지 않는 게 시그널’이라고 했지만 시장은 시험한다. 실제 아파트 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메시지나 스토리로 막을 수 없는 민감한 이슈다.
국방개혁, 검찰 개혁 등을 뒷받침하는 지지층도 결국 부동산에 종속돼 있다. 참여정부 민심 이반의 출발점도 집값 폭등이었다. 어찌보면 ‘일자리 100일 플랜’보다 급한 게 부동산 대책일 수 있다. 일자리 플랜이 준비된 대통령의 행보라면 부동산은 ‘준비되지 않은’ 사안, 그리고 ‘매우 약한’ 고리에 대한 대응 능력을 보여준다. 8월하순, 취임 100일 일자리 콘서트장의 환호성이 부동산 누수에 따른 비명이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