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천교 수제화거리에서 바라본 중림동 일대/사진=엄성원 기자
서울시청서 바라본 성공회 성당/사진=엄성원 기자
직선거리로 치면 3㎞ 남짓의 짧은 여정이지만 중간중간 추천 관광 포인트를 둘러보고 어설픈 사진을 찍기 위해 걸음을 멈추는 통에 전체 주파시간은 4시간 가까이 걸렸다. 서울로7017에서 봄기운을 만끽하고 남산공원과 약현성당에서 서울 도심을 내려다보며 망중한에 빠지기도 했으니 실제 걷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적을 터다.
덕수궁 길/사진=엄성원 기자
실제 걸어보니 인기가 실감 난다. 서소문 고가를 지나면 초록색으로 치장된 작은 공원이 나오고 그 옆으로 울긋불긋한 꽃으로 둘러싸인 기찻길이 이어진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약현성당. ‘사적 252호’ ‘명동성당보다 먼저 지어진 국내 첫 벽돌양식 교회 건물’ 등 건축사적 가치보다 그저 거기 있어줘서 고맙다는 느낌이 먼저 다가온다. 오피스빌딩과 아파트로 가득한 도심에서 시간이 비껴간 듯한 공간이다. 성모상이 있는 성당 정문에서 서울 도심을 바라보면 그 어떤 고층건물도 다 눈 아래 위치한다.
약현성당/사진=엄성원 기자
서울 도심 속 걷는 길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공존을 떠올리게 한다. 개발과 발전의 시간 속에 초고층빌딩과 아파트가 들어서고 16차선 찻길이 뚫리는 와중에도 옛 시간을 간직한 삶의 흔적은 남기 마련이다. 서울역 고가는 앞서 40년 가까이 사람이 지나지 못하는 찻길로만 기능했다. 그 사이 서울 도심은 하나둘 고층빌딩이 점령했다.
서울역 고가가 걷는 길로 변하면서 일대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차 대신 걸어서 도심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예쁜 카페와 음식점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쇠퇴해가던 남대문시장과 염천교 수제화거리에도 새로운 활력을 기다리는 기대감이 넘쳐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랫동안 잠잠하던 일대 부동산시장도 들썩이기 시작했다. 현지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5월초 현재 중림동 일대 상가 매매가는 대로변 1층 상가를 기준으로 3.3㎡당 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3000만~4000만원에서 약 2배 뛴 셈이다.
후암동 아파트 가격도 수직상승 중이다. 후암미주아파트의 전용 62㎡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5월 4억2500만원(KB부동산 기준)에서 5월 현재 4억8000만원까지 뛰었다. 1년 매매가 상승률이 약 13%에 달한다.
후암미주아파트는 올해로 입주 38년째를 맞는 오래된 아파트다. 이 아파트 매매가는 2010년만 해도 5억원을 웃돌았지만 이후 4년간 줄곧 내리막길을 달렸다. 매매가가 본격 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남산길에서 내려다보 남대문시장 일대/사진=엄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