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 관련 뇌물공여 등 20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5.2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이날 특검과 삼성 양측은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이 부회장이 최순실이 비선실세임을 미리 알고 정유라에 대한 대가성 지원을 했는지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인 2015년 7월25일 전에 최순실의 존재와 그의 영향력을 알고 대가성 청탁을 했는지가 핵심이지만, 이 부회장이 최씨를 인지하고 대통령 독대에서 대가성 청탁을 했다는 직접적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 측 변호인은 "2015년 7월26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최순실에 보낸 '삼성그룹 대한승마협회 지원사 현황'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보면 '삼성이 승마 지원에 소홀해 불만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며 "이는 대통령 2차 독대인 2015년 7월25일 전까지는 삼성의 승마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라고 맞섰다. 삼성이 특검 측 주장대로 최순실의 영향력을 미리 알았다면 7월 독대 때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승마지원이 미비하다며 호된 질책을 당한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했겠냐는 논리다.
김종찬 전 전무는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지원하기로 한 승마선수 3명은 금메달리스트라 뽑힌 것"이라며 "정유라가 지원대상에 포함 된 것도 금메달리스트였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정유라를 위해 다른 선수들이 들러리를 선 것이 아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단호하게 "들러리를 세운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원래 계획은 메달리스트 승마선수들을 후원해 올림픽 출전을 지원하려 한 것이었지만 최순실의 개입으로 원안이 무산된 것"이라고 했다.
승마선수 출신인 김 전 전무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측근으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대한승마협회장)과의 중간다리 역할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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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리스트가 지원 자격 요건이었다는 증언에 대해 정유라가 지원받을 자격이 있는지 재판부가 재차 묻자 김 전 전무는 "정유라는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자격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메달리스트 선발이 기준이었지만, 김동선 선수는 금메달리스트이긴해도 돈이 많기 때문에 지원대상에서 제외했고 이후 이에 대해 김 선수가 우리에게 강하게 항의해왔다"고 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 선수를 빼면, 금메달리스트 등 유망선수를 지원대상으로 선정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사회가 처음 안을 만들고 박원오 전 전무가 작성을 주도한 '중장기 로드맵'은 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이 올림픽 출전 등 승마계 발전을 위해 마장마술과 장애물 종목에 각 선수 3명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마장마술 선수 3명 중에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포함돼 있다. 삼성은 이 로드맵과 관련해 정유라를 몰래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로드맵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설 유망주를 뽑아 후원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삼성이 정씨 종목인 마장마술 등에 186억원을 지원한다는 대목이 있었다. 그러나 선수 선발 등 공정성 문제가 불거져 실현되지는 못했다.
김 전 전무는 "삼성과 마사회가 정유라 등 선수를 특정하지는 않았다"며 "정유라 개인을 위한 지원은 아닌 것 같고 처음 시작은 올림픽 출전 등 승마 전체의 발전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예전에도 삼성이 후원할때 성과가 좋아 승마계가 (삼성 후원 소식에) 고무됐었다"며 "정유라 하나 가지고 만든 로드맵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저희 승마선수들한테 올림픽에 나간다는 것은 꿈이다"라며 "꼭 해야 할 일들(올림픽 출전 프로젝트 지원)을 삼성이 해준다니까 선수들이 굉장히 좋아했었다"고 덧붙였다.
삼성 측 변호인은 "오늘 증언을 통해 최순실은 딸인 정유라를 위해, 박원오 전무는 승마선수들의 올림픽 지원을 위해서라는 각기 '다른' 생각을 품고 삼성과 마사회로부터 승마지원을 이끌어내려 했다는 것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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