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미래 먹거리로 할부금융 틈새 공략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7.05.30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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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의료기기·스크린야구·인테리어 조명 등 내구재 위주 상품 출시

저축은행들이 새 먹거리로 할부금융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오토바이, 의료기기, 스크린골프·야구, 인테리어 조명 등 기존 자동차 할부 위주의 시장에서 틈새를 개척하는 모습이다.

29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JT저축은행이 지난해 6월에 출시한 ‘JT할부금융’ 상품은 지난 19일 기준 누적대출 3151건, 대출잔액 17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출시 1년여만에 월 평균 200~300건의 대출실적을 보이고 있다.



할부금융은 제품을 일시금으로 구입하기에 가격 부담이 클 때 금융회사가 제품을 대신 구입해 주고 소비자는 제품대금을 금융회사에 매월 분납하는 방식의 금융상품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신용카드로 구입할 때보다 장기간 분납이 가능하고 이자를 적게 낸다는 장점이 있다.

그간 할부금융시장은 캐피탈사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금융상품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이 개정돼 저축은행도 할부금융을 취급할 수 있게 되면서 상품이 다양해졌다. 저축은행이 할부금융을 취급하려면 2년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를 넘고 금융당국에서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지 않아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할부금융업을 등록한 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말 기준 SBI·OK·웰컴·JT·OSB·조은·인성저축은행 등 7개사다. 이중 할부금융시장에 진출해 적극적으로 영업하는 곳은 웰컴·JT·OSB저축은행 등 3곳이다.



저축은행은 포화상태인 자동차 할부금융이 아니라 내구재 위주로 상품 개발에 주력해 왔다. 저축은행의 소매금융 노하우에 핀테크를 접목해 캐피탈사들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JT저축은행의 할부금융 취급품목은 △LED 조명 △의료기기 △셀프세차기 △음식물처리기 △소방설비공사 △발전기 △현미발아기 △보일러 △세척기 △제습기 △선박기기 △스크린야구 △스크린골프 △마사지기 △자판기 △원두기기 △전동퀵보드 등으로 다양하다.

웰컴저축은행이 주력으로 판매하는 배달용 오토바이 할부금융 상품은 휴대폰에 QR코드만 갖다대면 웰컴저축은행 앱(애플리케이션)에 자동으로 해당 오토바이에 대한 정보가 입력돼 할부금융이 진행된다. 소비자는 복잡한 서류절차 없이 그 자리에서 오토바이를 구매할 수 있다.


대형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가계대출 규제와 최고금리 인하 움직임 등 영업 여건이 악화되면서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방안으로 할부금융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내구재 할부금융 시장은 3000억원 규모로 틈새시장이긴 하지만 부실률이 낮아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다만 저축은행의 할부금융업 진입에 대해 수신 기능이 있어 금리에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영업 인프라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자산 규모로 저축은행 1·2위를 다투는 SBI·OK저축은행도 할부금융업 등록만 해놓고 아직 상품 출시는 하지 않고 시장 상황만 살펴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할부금융은 제조사와 제휴가 중요한데 저축은행은 제조사를 대상으로 하는 영업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았다”며 “새로 영업 인력을 꾸려 제조사를 공략해야 하는 만큼 진입하기가 만만한 시장은 아니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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