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비정규직 오해와 진실' 책자 발간 일단 보류"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7.05.2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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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본부장 "김 부회장 발언 경영계 대변하는 경총의 기본 입장 전달한 것…입장 변화 없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이하 경총)가 다음달로 예정된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 책자 발간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경총은 29일 오전 정기 임원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지난 25일 김영배 경총 부회장 발언 이후 대통령까지 나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경총의 성찰과 반성'을 언급하자 부담감을 느끼고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29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의 논란을 감안해)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 책자 발간 계획은 일단 보류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총 포럼때 (김 부회장의) 인사말을 보면 경영계도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을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봇물이 터지는 것을 우려했고, 경총은 경영계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단체라 입장을 낸 것이지 정부와 대립하기 위해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대통령이 노사정 대화를 활성화시키고 최저임금 및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일자리 노사 위원회가 열려 본격적으로 대화가 통하게 되면 다른 오해가 있는 부분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여러 채널이 가동될 것이고, 만나고 이야기하다 보면 생각이 다른 부분들을 서로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김 부회장의 인사말은 평소 경총의 기본 입장을 담은 것이며, 김 부회장 개인의 생각이 아닌 경영계를 대변하는 경총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변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총의 후속 조치나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은 하지 않을 것이며, 노동 시장 문제점에 대해 활발히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경총이 비정규직 문제 관련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는 대·중소기업의 임금격차에 따른 것이며, 아웃소싱을 통한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불가피한 부분이기 때문에 대기업 노사 모두의 일정한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 경총의 기본 입장이다.


김영배 부회장은 지난 25일 경총 포럼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좋다', '나쁘다' 등 이분법으로 접근하면 갈등만 부추긴다"며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발언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인사들은 비판에 나섰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은 경총포럼 발언과 관련 "지극히 기업적 입장의 편협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재벌들이) 압박으로 느낄 땐 느껴야 한다"고 했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다.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경총은 '비정규직 오해와 진실' 책자의 최종본을 이미 갖고 있으며, 다음달중 우선 서울 지역 40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배포할 계획이었다.

최종본은 ▷비정규직의 의미 ▷비정규직 현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적 원인과 해법 등 4개의 큰 목차로 구성돼 있다.

책자는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다른 일자리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일 뿐이며, 비정규직을 모두 '나쁜 일자리'로 치부해 정규직 아니면 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일자리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각 나라별로 비정규직의 범위는 매우 다양하며, OECD 기준으로 본다면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비정규직 규모가 많은 편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또 정규직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실제로는 해당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이 아니라 대부분 파견, 용역 등 아웃소싱을 통한 근로자의 비중이 높으며, 이들을 정규직화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나아가 민간기업 일자리가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긴다는 새 정부의 입장과 관련해서도 "비정규직과 아웃소싱 활용은 최소한의 가격경쟁력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의 자구책이며, 정규직 전환이 무리하게 추진되면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오히려 일자리 규모가 감소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총이 다음달중 발간하려던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 책자 표지/사진=경총경총이 다음달중 발간하려던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 책자 표지/사진=경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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