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받는 전자계약, 현장선 손사래 '홀대'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7.05.29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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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혜택에도 개인정보유출·세원노출 우려 이용 꺼려…8월 전국 확대시행 앞두고 홍보 시급

우대받는 전자계약, 현장선 손사래 '홀대'


부동산 전자계약이 시행된 지 1년반이 지났지만 실적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대금리 적용 등 다양한 혜택이 있음에도 해킹 등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나 임대인의 세원노출 기피 등으로 거래 당사자들이 이용을 꺼리는 탓이다.
 
오는 8월 전국 확대시행을 앞두고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부동산 거래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인식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의 올해 부동산 전자계약 실적은 1월 1건, 2월 3건에 그쳤다. 3월은 2018건을 기록했지만 이중 2012건은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계약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민간의 전자계약은 6건뿐이다.



전자계약이 경기도와 6개 광역시, 세종시로 확대된 지난달에는 49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자체 1곳당 평균을 계산하면 5.4건꼴로 이전달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전자계약은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기존 종이계약서 대신 태블릿PC나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 설치된 앱(응용프로그램)으로 계약하는 것이다. 실거래가 신고와 확정일자 부여가 자동으로 이뤄져 거래 당사자가 별도로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불편을 덜 수 있다.



국토부는 2015년 12월말부터 서울 서초구를 대상으로 전자계약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이후 8개월 동안 실적은 단 6건에 그쳤다.

지난해 8월 말부터 지역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했지만 실적은 여전히 △9월 14건 △10월 12건 △11월 13건 등으로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역시 실적 540건 가운데 공공임대를 제외한 민간 실적은 66건 정도였다.

전자계약 활성화를 위해 국토부는 KB국민은행, 부산은행, 신한카드 등과 업무협약을 맺어 전자계약 이용시 주택담보대출 등에 0.2~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했다.


가령 부동산 전자계약으로 1억7000만원(서울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액)을 업무협약 은행에서 대출(1년 거치 19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가정)받는다면 약 650만원의 대출이자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이밖에 △등기수수료 30% 할인 △중개보수 2~6개월 무이자 신용카드 할부 △공인중개사에게 대출금액의 최대 0.22%에 해당하는 수수료 지급 등 혜택도 마련했다.

그러나 다양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거래 당사자들이 전자계약을 기피한다. 현장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자계약을 설명해도 고객들이 잘 안하려고 한다”며 “임대인들은 세원노출을 꺼리고 일반 거래 당사자들도 ‘해킹되면 개인정보 다 유출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정부나 기관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 다운계약서(실거래가보다 금액을 낮춰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를 쓰거나 양도세를 매수자에게 전가하는 식의 불법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뤄진 탓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계약은 오는 8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국토부와 지자체는 공인중개사 교육과 대국민홍보 강화 등으로 제도 정착에 나설 예정이다. 최근에는 전자계약 시행 중개업소가 이달 초 4400여곳에서 지난 26일 기준 5350여곳으로 크게 늘어 실적도 점차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편리하고 안전한 전자계약을 이용하면 장기적으로 공인중개소, 거래당사자 모두 이익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며 “시스템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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