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권단체로부터 인권침해 사례로 끊임없이 등장했던 한국의 정신질환자 강제입원이 변화의 문턱을 넘고 있다. 오는 30일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절차를 까다롭게 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을 앞두면서다.
다수 국가들은 의사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의사의 진료 기록을 토대로 법원에 최종 판단을 맡기는가 하면 환자 동의 없이 일방적 치료행위도 어렵게 돼 있다.
영국은 강제입원 대상 환자의 적극 방어권이 주어진다. 입원 여부는 행정심판원에서 결정되는데 환자 또는 대리인이 강제입원은 부당하다는 증거를 제출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도 법원이 결정한다. 독일은 1차 의사 진료 과정에서부터 환자가 동의해야 한다. 법원에 넘어가서도 환자에게 항변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입원이 결정되더라도 입원 과정에서 환자 인권을 챙겨주는 보좌인을 국가가 지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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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환자 동의 없이는 정신치료가 원천적으로 어렵다. 최소 15일 이내 발급된 의사 2명의 의료증명서가 필요한 데 의사 1명은 반드시 수용시설에 소속된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 이 부분은 복지부가 마련한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서로 다른 기관 전문의가 동시에 인정해야 한다는 규정과 유사하다. 이밖에 일정 기간 이상 강제입원을 시키려면 법원의 인신보호 판사가 심문을 거쳐 결정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많은 국가들이 전문의 진료 이후 법원 등에 강제입원 최종 결정을 맡기는 건 환자 '인권'이 '질환(병증)'에 우선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정신병원 입원환자 6만9000여명 중 강제입원 환자는 67%에 이른다. 같은 기준으로 독일과 영국 내 비율이 각각 17%, 14%에 불과하다는 것은 한국의 인권의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 법률을 만들면서 선진국들의 정신질환자 강제입원 요건과 절차를 많이 참조했다"며 "자·타해 위험이 없는 강제입원자들의 사회 복귀와 치료 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